개를 구한다는 소식을 주변에 알리자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할머니 댁 백구가 새끼를 낳았는데 키울 사람을 찾는다고. 마당이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같이 보내온 사진에는 태어난 지 한 달된 강아지들이 바글바글 머리를 모으고 있었다.
파주시 OO면 OO리.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한 시간쯤 달렸다. 할머니는 번지수가 기억이 안 난다며 파란 지붕 집을 찾아오라고 하셨다. 도착해보니 온 동네 지붕이 파랬다. 마음을 비우고 동네길을 걷다 보니 한 할머니가 손짓하셨다.
할머니와 함께 마당에 들어섰다. 지붕은 초록색이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쇠신 할머니 발밑으로 올망졸망 하얀 털 뭉치들이 몰려들었다. 몇 놈은 뒤에 숨고, 몇 놈은 겁도 없이 대문가를 기웃거렸다. 다해서 다섯 마리였다. 할머니께서 '한 놈 골라가'라셨다.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 살아있는 생명체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어려웠다. 살피려니 죄송했다. 과일이나 생선 고르는 것 같아 민망했다. 적어도 수컷이냐 암컷이냐는 알아야 하는데 그조차 조심스러웠다.
묶여있는 어미는 생각보다 순순했다. 벌써 두 마리는 다른 사람이 데려갔다고 했다. 물건이 아니라 인연이다. 한 마리씩 눈빛과 인상을 살폈다.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녀석들이 눈치를 챘는지 개집 안으로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