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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Oct 29. 2020

코로나 탈출 3000킬로미터

#2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코로나 탈출 여행..?!!


서기 2020년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간의 여행.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이었어. 이탈리아의 코로나 비루스를 피해 청정지역 한국으로 도피한 여행. 금년 봄의 악몽이 생각나 결정한 어처구니없는 일.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부터 스위스를 거쳐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 공항까지.. 왕복 3,000km에 달하는 멀고 먼 길.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는 길 위에 있었다.



지난 포스트 너무 길었던 별리 여행에서 이렇게 끼적거렸다. 지난여름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부터 돌로미티까지 여행을 다녀올 때 주행거리는 대략 4000킬로미터였다. 그리고 지난가을 다시 돌로미티를 다녀올 때 주행거리는 대략 2000킬로미터였다.  전자의 경우 19박 20일 동안의 주행거리이며 후자의 경우 나흘간의 주행거리였다. 


자료사진: 이탈리아 남부에서부터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까지 이어지는 머나먼 여정


그런데 이번에는 3박 4일 동안의 주행거리이자, 이탈리아 남부에서부터 독일의 프랑크 푸르트까지 곧장 다녀온 주행거리가 3000킬로미터에 이른 것이다. 평소에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우리 앞에 벌어진 것이며, 장거리 주행 이유는 코로나 비루스 때문이었다. 



되살아난 악몽과 코로나 탈출 3000킬로미터




위 자료사진(Coronavirus(COVID-19))의 좌측 막대그래프를 보면 이해가 될까.. 지난봄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 비루스 사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부터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코로나 비루스(이하 '코로나'라 부른다)는 찬바람이 불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코로나는 들불처럼 번지며 이탈리아와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덮쳤다. 



이탈리아는 이틀 전(28일 현재) 전체 확진자 수가 2만 5천 명에 육박했고, 사망자 수는 205명에 이르렀다.(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28 ottobre: 24.991 nuovi casi e 205 morti) 위 관련 자료의 링크를 열어보면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 상황은 물론 전 세계의 코로나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먼 길을 마다하고 대탈출을 감행한 배경은 이러했다. 



하니는 지난봄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다시 귀국한 직후 끔찍한 경험을 했다. 한국의 코로나를 피해서 온 것 같았지만 이탈리아의 코로나 상황은 매우 심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으며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주 이탈리아 한국 대사관을 통해 현지 교민들이 특별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가고 싶어 했지만, 안타깝게도 하니는 특별 전세기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자동차를 구입하기 전이었고, 이탈리아 전 지역이 봉쇄되었기 때문이었다. 설령 전세기 표를 구했다고 해도 로마로 가는 기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 답답했다. 


문밖에서 코로나가 서서 기다리는 듯한 공포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때부터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망중한을 달랬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우리는 먼 길을 떠나고 싶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었던 것이다. 자동차로 떠나는 돌로미티 여행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소원을 이룬 것 같이 기뻤으며 이때부터 돌로미티 귀신(?)이 되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의 시간은 가혹했다. 불과 일주일 전부터 감기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하니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막대그래프..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집 앞의 여행사 등지에 한국행 비행기를 물색하게 됐다. 비행기표는 유럽을 한번 경유하는 비행사가 있었으며,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은 로마(Aeroporto internazionale Leonardo da Vinci)는 물론 밀라노(Aeroporto di Milano-Malpensa)에도 없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알아봤더니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일주일에 세 차례(월. 수. 금)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하니와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이탈리아 남부에서부터 프랑크프루트 공항까지 가는 머나먼 경로를 저울질 하기 시작했다. 대략 1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으며, 하니의 감기 기운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 때였다. 



하니는 이때부터 바깥출입을 삼갔으며 그림 수업 또한 무기한 연기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난 23일 오후에 자동차를 운전하여 독일로 떠날 것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하니를 가장 안전하게 한국까지 데려다 줄 방법이자 사람들의 접촉이 차단된 자동차 여행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것 같았다. 또 겁이 많은 하니를 위한 배려이자 동행이었다. 



문제는 독일로 가는 데 있지 않았다. 이미 돌로미티 여행을 통해 장거리 주행을 해 봤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갈 때는 몰라도 돌아올 때는 혼자 돌아와야 했으므로, 장거리 운전의 피로감 등이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지난봄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코로나 막대그래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으며 언제 국경이 봉쇄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더 이상 차일피일 저울질이 필요치 않았다. 바를레타를 떠나던 날은 저녁시간이었다. 장거리 주행을 위해 독일까지 최소한 1박 2일 동안 천천히 이동하고 싶어 내린 결정이었다. 하니의 짐보따리를 후다닥 자동차에 챙겨 넣고 도망치듯 바를레타를 떠났다. 이때부터 이상한 기운이 우리 주변을 감돌기 시작했다. 하니가 집을 나서면서 보여준 행동 때문에 슬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편에 그 장면을 이렇게 썼다.


참 아름다운 계절.. 호숫가에 낙엽이 비에 젖어있었다. 만추에 떠나는 사람.. 가을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 노랫말처럼..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봄은 더 멀리에 있는데. 집을 나서기 전 하니는 울고 있었다. 떠나기 싫지만 떠나야 했다. 하니가 남긴 그림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었던 꿈.. 그 꿈들이 영혼의 이름으로 남았지.. 최선을 다한 예술혼.. 집을 나서기 전에 보고 또 바라본 당신의 작품들.. 또 손으로 어루만졌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행동이었어. 그게 나를 슬프게 만든 거야. 



코로나를 피해 청정지역 한국으로 탈출을 하는 것인데 마치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슬퍼지는 것이다. 하니가 어깨를 들썩일 때마다 나의 코 끝은 시렸다. 차창은 깨끗한 것 같았는데 자꾸만 뿌옇게 변하는 것. 이런 일은 하니가 프랑크 프루트 공항 출국장을 나설 때까지 이어지곤 했다. 참 다행한 일이었다. 하늘은 먼 길을 떠나는 하니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해 놓고 두 사람을 울린 것이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사랑을 확인해 보기 위해 작은 이별식을 만들어 놓았지 않나 싶은 생각들.. 조물주는 세상 만물을 만들어 놓고 남자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자 사람의 부족함 때문에 여자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들었다지.. 두 사람이 연합하여 잘 먹고 잘 살도록 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연합할 일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어서 하루 한 두 차례 전화통화가 전부나 다름없다. 불완전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물주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인간인데.. 글쎄 어떤 사람들은 천하를 다 준다고 해도 바꾸지 못할 생명 혹은 사랑을 가볍게 대하는 것이다. 광화문 앞에서 떼 지어 몰려다니는 그들은 인간의 생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사단의 자식들 혹은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들이 아닌가.. 



내 조국 대한민국을 코로나 청정국으로 부르는 데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연합하여 코로나를 무찌른 특별한 노력과 공로 때문이었다.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나라.. 생명을 존중하는 특별한 조치가 지구촌에서 유일하게 한국에 있었던 것이며, 하니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나 또한 이유 없이 동의한 터였다. 



1500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 여행길은 멀고도 멀었다. 자료를 살펴보니 서울시 법인택시 운전기사 1인당 운행 실적(2018년 3분기 기준)을 보면, 하루 평균 총 주행거리는 225㎞이고 손님을 태운 영업 주행거리는 144㎞로 나타났다. 영업 주행거리가 64%, 빈 차 주행거리는 36%이다. 또 다른 자료와 비교해 보니 조금은 차이가 났지만 대략 하루 주행거리는 400킬로미터 남짓했다. 



그러니까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에서부터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공항까지 거리는 택시 운전기사의 나흘 치 주행거리에 해당하는 길이었다. 그 먼길을 왕복해야 하는 것이며 돌아올 때는 빈차(?)로 주행해야 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동차가 이탈리아에서 알삐(알프스)를 넘어 스뷧쩨라(Svizzera_스위스)에 도착한 직후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전혀 불필요해 보이는 걱정이 시작된 것이다. 혹시라도 국경을 봉쇄하면 어떻게 하지.. 싶은 것. 


위 본문에 삽입된 자료사진들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스위스에 진입한 후 고속도로에서 촬영된 것임.


이탈리아와 머리를 맞댄 국경을 넘어 스뷔째라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고속도로 곁의 풍경은 만추를 쏙 빼닮아있었다. 만약 코로나가 수그러들었다면 당장 램프로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머나먼 코로나 탈출 여행의 피로와 슬픔을 간간이 씻겨주는 풍경이 프랑크 프루트 공항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후 루체른 호수 곁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호숫가에 머문 만추의 풍경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잠시 쉬었다 가란다. <계속>


Un viaggio di addio troppo lungo_verso alla Germania
il 29 Otto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U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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