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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Jun 18. 2021

직접 키운 감자로 감자칩을 만들다

감자 수확

 텃밭을 분양받고 가장 먼저 씨감자를 심었다. 아직 땅이 차가웠지만 빈 밭을 그냥 두기 섭섭했다. 보통 씨감자를 심고 나면 검은색 닐을 덮어주 냉해 막 잡초가 자라는 걸 방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 그대로 자라는 걸 보고 싶었다. 별 탈 없이 감자는 싹이 잘 올라왔다.

  싹이 올라오자 줄기 하나 남기고 뽑아줬다. 줄기가 다 자라자 꽃대가 생겼고 꽃이 피기 전에 잘라주었다. 문제는 땅속이었다. 감자 기르기는 궁금한걸 못 참는 내 성미에 적합한 작물은 아니었다.  땅속을 파 볼 수도 없고, 감자가 잘 자라는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이 "엄마 감자는 잘 크는 거야?"라며 감자 안부를 물을 때마다 "잘 자라고 있겠지?"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이 혹시 실망할까 봐 조금도 아는 척할 수 없었다.


 6월에 내린 비는 장마처럼 며칠 씩 내렸다. 2-3일은 비가 내리고 하루쯤 해가 뜨니 밭은 물을 줄 필요가 없었다. 늘 땅은 젖어있었다. 감자가 썩지는 않을까? 땅속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는지, 하루는 감자 한 알이 새 차 게 내린 비에 흙 위로 왔다. 자두 만 한 감자알은 마트에서 보던 포실포실 껍질이 살짝 벗겨진 모습이었다.

 밖으로 나온 감자를  흙으로 덮주며 수확의 기대 뭉게구름처럼 덩실덩실 부풀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하지를 기다렸다. 그리고  비 예보가 없는 날 감자를 캐러 갔다.

드디어 감자 수확이다
수확된 감자는 기대보다 못했다

 줄기 잡고 주변의 흙을 살살 파가며 당겼다. 비엔나 소시지처럼  줄줄 이어진 감자가 딸려 나왔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였다. 감자 줄기 2개에서 개미 소굴이 나왔다. 언제 개미들이 집을 지었는지 감자는 달려있지 않고 개미만 쏟아졌다. 아이는 놀라 소리를 질렀고 난 개미가 미웠다. 하얀 개미 알과 개미들이 우글 거리는 개미 소굴을 텃밭에 남겨둘 수 없었다. 감자를 다 캐고 삽으로 흙을  정리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보다. 갖고 간 2kg 사과 박스는 반도 채우지 못했다.

텃밭 감자 수확물

 감자는 껍질이 손으로 벗겨질 만큼 얇았다. 물러지거나 썩은 감자는 빼고 먹을 만한 것은 골랐다. 감자에 묻었던 흙은 물에 닿자마자 씻겼다. 속이 보일 정도로 얇은 껍질을 한 감자는 전분 냄새가 맡아졌다.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를 있는 그대로 맛보고 싶었다. 알이 작은 감자는 찜기에 삶았다. 주먹만 한 감자는 길게 잘라 감자튀김을 할 참이었다. 그런데 예전 튀김가게에서 감자를 채칼로 자르며 가마솥에 바로 튀겨내던 을 먹은 기억이 났다.

 채칼에 감자를 끼워서 얇게 잘랐다. 그리고 하나씩 튀겨냈다. 금방 캐온 감자 덕분일까? 튀겨내면서 풍기는 냄새가 고소했다. 기름 닿자마자 감자는 투명해지며  튀겨졌다. 노릇하게 튀겨낸 감자칩은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소금을 살짝 뿌려 한 김 식혀 가족들을 불렀다. 튀김을 하는 동안 다 쪄진 감자는 포실포실 제멋대로 껍질이 벗겨 먹음직스러웠다.

작은 감자는 삶았고 큰 감자는 감자칩을 만들었다

  처음 만든 감자칩은 감자가 신선해서 인지 기름 냄새도 나지 않은 듯했다. 입에 넣어 보니 튀김가게에서 먹었던 감자칩처럼 바삭리며 쪼개졌다. 가족들 궁금한 듯 입에 넣더니 감자칩 과자랑 똑같은 맛이라며 신기해했다. 수북이 쌓였던 감자칩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바삭바삭'소리를 내며 씹다 보니 접시 바닥이 드러나서야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

 감자 수확은 아쉬웠지만 신선한 감자칩을 먹을 수 있었다. 수확을 기다려준 만큼, 우리 가족은 잊지 못할 감자 맛을 알게 되었다. 직접 키운 감자 맛을 봤으니, 내년 초봄 텃밭에도 감자를 제일 먼저 심어 할 것 같다. 그리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함께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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