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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Aug 17. 2021

매일 즐거운 깻잎 향기를 먹는다

여름 깻잎

  은 작물이 몇 안 되는 름 텃밭은 뭔가 힘이 빠진 듯했다. 을 작물을 심기 위해 밭을 정하고, 여름 파종을 하는 당근과 가을상추를 심었다. 둘 다 8월 초부터 씨를 뿌렸지만 싹이 올라오지 않아 속을 썩이더니 이제야 싹이 자리를 잡은 듯했다. 봄 밭은 따도 따도 새로나는 잎채소 덕분에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었다. 예전에 잘 나가던 시절을 떠올리듯 봄날의 푸른 밭이 자꾸 그리워졌다.

  

 행히 여름 텃밭엔 든든한 두 녀석이 있다. 하나는 고추, 그리고 들깻잎이다. 반 이상이 빈 밭이지만, 막상 밭에 가면 빈손은 아니다. 특히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깻잎 덕분이다. 모종 5개를 천 원 주고 샀는데 여름 휑한 텃밭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7월이 되자 본격적으로 깻잎이 손바닥만 해졌다.

 <깻잎 키우기>

 잎은 직접 파종하지 않고 화원에 파는 모종을 심었다. 씨앗을 심는 것보다는 모종으로 심는 편이 수확시기도 당기고 병충해도 덜 한 듯했다. 5월에 심은 모종은 한참 채소 수확할 땐 아이 손바닥만 한 잎만 달렸다. 좀처럼 지 않으니 다른 입 채소 수확에 더 열중했었다. 하지만 왠지 쌈채소 모둠에 깻잎이 빠지는 것이 아쉬워 작지만 몇 개씩 뜯어 다. 잎은 작은 데다 향도 없고 맛도 나지 않았다. 잎 수확을 하기 위해서 기다림을 배워야 했다.

  깻잎이 몸에 좋은 보약인 이유가 바로 강인한 생명력에서 나오는 듯했다. 잘 자라는 성실한 작물이 바로 깻잎이었다. 물 주기를 놓친 마른땅에서도 거뜬했다. 병충해가 있으니 주의해야 했지만, 여름 내내 별 탈 없이 건강했다. 뿌리가 잘 내려서 인지 비바람도 별일 없었다. 키가 허리만큼 올라왔지만 별도 지지대는 필요 없다.


<깻잎 수확>

 막상 여름이 되자 사각거리는 청상추, 부드럽고 고소한 로메인 상추, 씁쓸한 치커리 잎, 시큼 달큼한 오크 잎상추, 비트 맛과 상추 맛을 섞어놓은 비트잎도 그리워졌다. 봄에 먹은 잎채소가 질릴 틈도 없었는데, 채소가 없는 여름 밥상이 소박해져 버렸다. 그렇지만 잎채소가 떠난 자리를 깻잎이 혼자 다 도맡았다. 별나게 해 준 것도 없는데도 척척 달리는 잎을 먹느라 즐거웠다.

 나무처럼 자란 깻잎은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자랐다. 가장 큰 잎만 골라가며 손으로 땄다. 가위로 자르는 것보다 손으로 뜯는 것이 좋았다. 그 손톱에 깻잎이 물들어 초록 손은 향기로웠다.

깻잎 한쌈에 모든 맛이 들었다

 깻잎을 두장 포갠 위에 고기를 올리고, 얼마 전 뽑은 비트로 만든 장아찌와 수확한 고추를 올려서 한입에 넣으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깻잎 한쌈엔 텃밭에 모든 맛이 들어있었다.  향긋하게 감싸는 쌈 맛은 여름을 견디기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깻잎이 없었으면 입맛 없는 여름을 어떻게 지냈을지 모르겠다.

수확량이 많아진 깻잎은 아낌없이 먹어야 했다.

 수확량이 많아진 깻잎은 맛도 달라졌다. 뒷면이 보랏빛을 내던 것이 모두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향기도 강해지고 잎도 점점 많아졌다. 수확한 깻잎은 크기를 맞춰놓은 듯 일정해서 판매대에 올려지 듯 보기 좋았다. 직 깻잎은 꽃이 피지 않았고 잎이 폭신하고 질겨지지 않았다. 제까지 즐거운 향기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밥상올라온 깻잎은 떨어지지 않는다. 볶이에도 넣고, 김밥에도 넣고, 무침에도 넣으며 먹지만, 가장 맛있는 건 한 번에 두장씩 쌈 싸며 아낌없이 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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