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작은 숨소리 하나로
아이가 태어난 그날,
병원 복도는 낯선 소리들로 가득했다.
바쁘게 오가는 발걸음,
희미한 기계음,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공기
나는 어쩐지 낯선 세계에 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분만실 앞에서 수없이 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기도 했고,
또 멈춘 것 같기도 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거란 걸 알면서도,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문이 열리고,
아내의 지친 숨소리 사이로 아주 여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간 온 세상이 조용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의사들의 지시,
간호사들의 발걸음,
기계음 같은 것들이 배경 소음처럼 멀어졌다.
오직 한 가지 소리
아주 작은
그러나 놀랍도록 또렷한 한 가지 숨소리만 들렸다.
그 조그만 아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발 밑이 휘청이는 것 같았다.
손바닥만 한 얼굴,
조심스럽게 오므린 손가락,
미세하게 떨리는 가슴
너무 작고 약해서,
한 번 숨을 쉴 때마다 부서질 것만 같았다.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빠야, 인사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버지'라는 단어가 무겁게,
그리고 찬란하게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서툰 손길로 아이를 안았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무게였지만,
내 심장은 터질 듯 두근거렸다.
아이의 체온이 가슴에 닿았다.
그 순간,
세상 모든 사랑이 한꺼번에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 같았다.
벅찼고 눈물이 났다.
감히 흐느낄 수도 없어,
나는 조심스럽게 숨을 삼켰다.
"괜찮아. 아빠가 여기 있어."
입술을 달싹이며 속으로만 반복했다.
그 다짐이 아이에게 들렸을까?
아이는 조그맣게 눈을 감고,
가만히 내 품에 안겨 있었다.
그날 나는 알았다.
이제부터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의 울음에,
누군가의 웃음에,
내 삶 전체가 흔들리고 기뻐지고 아플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경이로움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