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아마도 잘 도착했을 거야.

by 탈고

개미가 있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곤충의 사체 일부분을 열심히도 옮기고 있는 개미가, 아니 개미들이 있었다. 어디론가 갔다, 어디론가 돌아가는 수많은 개미 행렬 어딘가에 있던 그 무리는 나름의 협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 손발이 안 맞는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아주 난리가 아니더라. 그러다 몇 녀석은 포기하고, 다시 지나가던 몇 녀석이 합류해 자신보다 몇 배는 커다란 그 먹이를 질 머지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 해졌다. 우리 숍 바로 앞, 차도와 인도를 구분 짓는 경계선을 목숨줄 삼아 먹이를 조달하고 있는 수백 마리의 개미 행렬을 열심히 따라가 보았다. 차도로 엉덩이를 주욱 내밀고서 쪼그려 앉아 게걸음으로 천천히 쫒아가던 중 또 다른 무리를 만났다. 자세히 보니 선두그룹이었다.


그들은 죽은 그것의 머리 즈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후발주자보다 더 지지부진했다. 이유는 모래 언덕 때문. 난관이 따로 없었다. 산맥처럼 솟아 있는 모래 언덕을 넘어보려 하다 포기했는지 내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돌아가는 길을 택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마저 녹록지 않았다. 힘 빠진 대부분의 팀원이 다른 길로 가려는 대장을 배신하고 모두 떠나버린 것이다. 그렇게 한 마리의 개미만이 자신보다 몇 배는 커다란 것의 이 악물고(진짜 입으로 물고) 열심히도 옮기려는 찰나. 보다 못한 다른 개미들이 하나둘씩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때, 후발주자던 녀석들이 어느 센가 그 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선두주자와 후발주자


나는 후발 그룹을 응원하고 있었다. 나름 팀워크가 잘 맞아서 속도를 올리고 있는 중인 데다 역전의 묘미는 언제나 뒤처진 자들이 만들어 내는 필연적인 드라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틱한 묘미만이 운명적인 깨달음과 지혜를 감추고 있다고... 어디서 봤는지 어디서 알려줬는지 암튼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후발 그룹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필연이 만들어 내는 운명적 무언가를 얻어볼 심산으로.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결국 모두 집에 잘 도착했다. 누가 이기건, 누가 빨리 가던, 누가 먼저 도착하던 포기하지 않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게 중요했다. 앞서가는 누군가도 저마다의 난관이 있고, 고충이 있다. 그들을 앞선다고 해서 역전의 벅참과 필연과 운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을 느끼기 위해 달리다 역전하지 못한다면 그때 나를 덮칠 좌절과 패배감은 또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잘 보면 혼자서 잘도 옮기고 있다.


아마 지금 즈음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두 그룹뿐만 아니라 그들 앞에서 혼자 작은 먹이를 옮기던 그 개미마저도 말이다.


삶의 시간 위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그 누구를 제단 할 수 없다. 도착하는 장소와 시기가 다를 뿐,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달리는 이상 우리는 그 누구도 실패했다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가 지치고 힘들다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다. 그 증거는 여전히도 실패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고, 그 증거는 도착지로 잘 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렇게 무던히도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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