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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영 Nov 18. 2022

식구들


젊은 아들의 영정사진을 등 뒤에 걸어 두고

늙은 어미와 아비

젊은 아내와 아홉 살 아들이 

옹기종기 이른 아침을 먹고 있었다

해가 뜨면 관을 끌고

화장장으로 가야 할 사람들

장례식장 창문이 푸르게 밝아 오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평생을 먹어 온 밥이 낯설다

파괴된 몸이 담긴 관을 

나르러 온 내 인사에

못 먹을 것이라도 먹다 들킨 사람들처럼

화들짝 일어서는 식구들

피로가 달라붙어 있는 얼굴로

어색하고 부끄럽게 답례하는 그 모습이

서러워 빈 

배 속

이 쓰리다

살아야 한다는 가혹함을 우린 모두

살아야 하고 나에게 다시 주어진 밥 한 그릇

그의 어린 아들만이 이 낯선 시간을

감정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후면 그의 관은 지상에서 치워질 것이고

몇 푼의 보상금과 

그가 비워 둔 식탁의자는

식구들 곁에 우두커니 남겠지

우린 어쩌자고 이 새벽에 

이 허기와 슬픔을 섞어 밥을 먹는가

너는 이제 다시는 

아무것도 먹을 필요가 없어 웃고 있는데

우릴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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