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말이 듬성한 딸과
오래 앓은 기침으로 핼쑥해진 아내가
식당 창가에 마주 앉아
도란도란 저녁을 먹고 있다
깁스를 한 어린 것은
돈가스를 얌전히도 받아먹으며
무슨 말인가를 조곤조곤 건넨다
꿈속에서 꿈 밖을 보듯
아련하고 먼 두 사람의 저녁 시간
소리가 건너오지 못할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나는 어설프게 서 있다
나는 어쩌다 사랑하는 이들을 만들고 말았을까
내 아비는 내가 내 딸만큼 어렸을 때
안타까운 얼굴로 떠나가고 말았지
내 어린 손을 잡은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 마지막 한마디를 찾아
말들의 늪을 아직 헤매고 있는지도
내가 지상에서 사라지고 나서도 저렇겠지
딸은 저같이 어린 것을 앉혀 놓고
도란도란 저녁을 먹고 있을라나
홀로 가득 차는 방에 앉아
TV를 켜 놓은 채
라면을 후루룩거리고 있을라나
그때에도 나는
지금처럼 아련하고 멀게
살아 있느라 아름답고 안타까운 것들을
멀찍이 바라다보고 있을라나
내 몫의 시간들을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사람처럼 지나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