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들의 영정사진을 등 뒤에 걸어 두고
늙은 어미와 아비
젊은 아내와 아홉 살 아들이
옹기종기 이른 아침을 먹고 있었다
해가 뜨면 관을 끌고
화장장으로 가야 할 사람들
장례식장 창문이 푸르게 밝아 오고 있었다
오늘 아침은 평생을 먹어 온 밥이 낯설다
파괴된 몸이 담긴 관을
나르러 온 내 인사에
못 먹을 것이라도 먹다 들킨 사람들처럼
화들짝 일어서는 식구들
피로가 달라붙어 있는 얼굴로
어색하고 부끄럽게 답례하는 그 모습이
서러워 빈
배 속
이 쓰리다
살아야 한다는 가혹함을 우린 모두
살아야 하고 나에게 다시 주어진 밥 한 그릇
그의 어린 아들만이 이 낯선 시간을
감정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후면 그의 관은 지상에서 치워질 것이고
몇 푼의 보상금과
그가 비워 둔 식탁의자는
식구들 곁에 우두커니 남겠지
우린 어쩌자고 이 새벽에
이 허기와 슬픔을 섞어 밥을 먹는가
너는 이제 다시는
아무것도 먹을 필요가 없어 웃고 있는데
우릴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