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출근길이었나 퇴근길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평소처럼 지하철에 타서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 아빠와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딱히 눈에 띌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평범한 부녀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그 둘의 모습에 눈이 갔다.
딸과 아빠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면서도,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유치원에 다니는 딸의 아빠로서 느끼는 묘한 감정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내 딸아이도 조금만 크면 저런 모습일까.
나도 딸아이와 저렇게 나란히 지하철에 앉아서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해서 더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불과 몇 년 뒤에는 저렇게 달라져 있겠지.
그때가 되면 지금 아이의 모습이 기억날까.
갑자기 시간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내 앞에 보이는 저 부녀가 나와 내 딸의 5년 뒤, 10년 뒤 모습인 것처럼.
요새 출근이 빨라지고 퇴근이 늦어지면서 딸아이 얼굴을 평일에 잘 못 보는 경우가 많아진다.
아침에 아이가 아직 자고 있을 때 출근하려고 대문을 열면,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아빠 보려고 벌떡 일어나서 '아빠 안녕'
인사하고 다시 자러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토록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 딸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