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CEO 3인이 말하는 '일 잘하는 직원'
일 못하는 부하직원 때문에 답답한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왜 알려줘도 못할까? 왜 노력을 안 하지? 학교도 아닌데 회사에서 직원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있는 제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직원들이 아닌 저에게 있었습니다. 이 글은 제 고민과 반성의 글입니다.
2017년 11월 우연히 TV에서 MBC 파일럿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니저들의 스타에 대한 거침없는 제보를 통해 스타들의 리얼한 본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는 그중 개그우먼 '이영자 매니저'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영자 매니저의 고충은 "이영자 선배님이 잘해주시는데 이상하게 힘들다''였습니다.
이영자 매니저는 메뉴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이영자가 직접 만든 맛집 지도를 가지고, 매니저의 동선을 고려한 식당과 메뉴를 세심하게 골라주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촬영하는 동안 이왕이면 맛집에서 식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일상 리얼 영상 속 이영자의 추천 메뉴는 '돈가스와 잔치국수'! 전날 술을 마셨던 매니저의 속도 모르고 권합니다. 매니저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영자가 추천한 메뉴를 먹습니다. 보는 사람까지 불편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나서 패널로 참여한 정신과 전문의 '양재웅'씨가 한마디 합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에게 보이는 성향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어려웠던 젊은 날 길을 열어주는 선배가 없었기에 후배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후배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솔루션을 다 줘버리는 실수를 합니다. 이영자도 자신이 힘들었기에 주변 사람들은 좀 더 쉽고 덜 힘들기 바라는 마음에서 도움을 주고 챙겨줬을 뿐이었습니다.
이영자는 매니저가 제보하기 전까지 자신의 행동으로 매니저가 부담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영자의 모습이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후배에게, 부하직원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이자 상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힘들게 배우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겪을까 노심초사 꼼꼼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알려주기까지 했는데도 일을 못하는 직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였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할 기회를 뺐았으니까요.
그럼, 도대체 직원들을 가르치지 않고 어떻게 일을 잘하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성공한 CEO 들을 통해 제 고민의 답을 찾았습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저서 '마윈, 내가 본 미래'를 통해 알리바바가 사람을 선택하고 쓰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일에 아주 흥미를 느끼는 사람을 계속 찾아야 하고, 일을 잘 아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전에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모두가 함께 배우고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사명은 바로 세상에 어려운 장사가 없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사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더불어 "회사에 맞는 사람을 찾아야지, 최고의 사람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마윈은 조언합니다. 알리바바는 사명과 가치관을 모든 직원들에게 공유하여, 어떤 일을 할 때에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본 불황기에서도 3,600배 성장한 종합 할인점 '돈키호테' CEO, 야스다 다카오는 저서 '돈키호테 CEO'를 통해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내 생각을 직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내 생각을 대신해줄 사람은 없었다.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오너의 뜻을 헤아려 스스로 움직이는 '일 잘하는 직원' 같은 건 한 명도 없었다.
직원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애당초 무의미하다고 그는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직원들마다 담당 매장을 정하도록 한 뒤 상품의 구매에서 진열, 가격 책정,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모든 것을 위임합니다.
이 과정에서 돈키호테 직원들은 실수와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습득했고, 직원들 스스로 '어떻게 하면 물건이 잘 팔릴지'를 필사적으로 고민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나 방법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재포스(Zappos)는 온라인 신발회사로 10년 만에 무일푼에서 연간 총매출이 10억 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재포스를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으로도 유명하게 만든 토니 셰이는 저서 '딜리버링 해피니스'에서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방법을 다음 10가지 핵심가치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재포스의 10가지 핵심가치
서비스를 통해 '와우' 경험을 선사한다.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추진한다.
재미와 약간의 희한함을 창조한다.
모험정신과 독차적이며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
성장과 배움을 추구한다.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구축한다.
긍정적인 팀 정신과 가족정신을 조성한다.
좀 더 적은 자원으로 좀 더 많은 성과를 낸다.
열정적이고 결연한 태도로 임한다.
겸손한 자세를 가진다.
그리고 이 핵심가치로 대변되는 기업 문화에 부합되지 않는 직원은 즉각적인 이익을 줄 수 있더라도 채용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 '딜리버리 해피니스'에서 재포스 직원 모라 S. 는 '성장과 배움을 추구한다'라는 핵심 가치에 대해 회사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핵심가치들이 발표된 후 나는 진지하게 내게 주어진 모든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성장하고자 하는 직원들에게 너무나도 협조적인 환경, 새로운 발상을 했을 경우 '적용해봐도 되나요'하고 물을 것도 없이 이미 '그냥 해보세요'라는 허락이 나있는 그런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깨달았다.
3명의 CEO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성장과 배우고자 하는 태도, 위임입니다. 성장과 배우고자 하는 태도는 상사가 만들어 주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 직원을 상사가 참견으로 망치기는 쉽습니다. 성과 중심의 조직에서 부하 직원의 실수를 인내심 있게 지켜봐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못 참고 미리 알려주고 잔소리를 합니다.
절대 부하직원을 가르치지 마세요. 스스로 성장하게 하세요. 상사는 부하 직원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잘 관찰해서 무엇을 지원해 줘야 할지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끝으로 재포스 CEO 토니 셰이가 한 말을 저에게 다시 물으며 이 글을 마칩니다.
나는 내 직속 부하가 변화를 주도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는가?
By. 하누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