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2-
아이들이 찍은 그림자 사진을 보다가 문득 내 그림자를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오늘은 내 그림자를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그림자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었었지? 매일 달고 다니는 내 그림자의 형상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제법 충격적인 사실이다.
어두운 명암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그림자에서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표정이 보이고 까르르 웃는 소리도 들린다. 괴상한 자세를 몇 초간 견디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을 아이들의 모습마저 그려진다. 원비는 친구들과의 추억을 발자국 화석처럼 그림자로 땅에 새겼다. 따로 멈추어놓을 수 없는 그림자를 추억의 한 장면으로 아로새기는 즐거운 놀이같은 사진이다.
나도 내 그림자를 잘 기억 못 하듯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그림자를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림자는 외롭다. 그 외로운 마음을 아이들이 전해 들었던 것일까? 사진에서 아이들은 차분히 멈춰 서서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위로의 마음을 건네고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아이들이 오롯이 홀로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시간은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한층 더 성숙해간다.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니 내 그림자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히 든다.
몸을 뒤로 돌려 한동안 혼자였던 내 그림자에게도 이제 말 한마디 걸어봐야겠다.
'요즘 어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