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3-
내 고향집 강아지 이름은 용칠이다.
용칠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인데 현관 문 밖에서 계단 올라오는 소리만으로도 누가 집으로 오고있는지 안다.
귀를 쫑긋 세우며 발 소리에 집중하다가 집 문이 열리면 튕겨나가듯 문 앞까지 달려나온다. 그리고 컹컹 짓으며 어쩔줄을 몰라하는데 얼른 안아주지 않으면 낭패다. 용칠이가 자기부터 좀 봐달라고 계속 짓으면서 주변을 정신 사납도록 마구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용칠이도 혼자 집에 있을때 이런 표정이었을까?
어린 강아지가 장날에 나와 누군지 모를 새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표정이 애처롭고
다 큰 개가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며 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먼길을 바라보는 표정이 간절하다.
쓸쓸해보이는 눈빛과 한층 풀죽은 몸을 보며 주인 대신 미안한 감정마저 일어난다.
기다림을 버티는 이유는 끝이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기다림이 끝나는 반가운 결말을 그리면서 사진 속 강아지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날 기다리고 있을 용칠이에 대한 내 마음 속 짐도 살짝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