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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Apr 18. 2019

기다림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3-

내 고향집 강아지 이름은 용칠이다. 

용칠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인데 현관 문 밖에서 계단 올라오는 소리만으로도 누가 집으로 오고있는지 안다. 

귀를 쫑긋 세우며 발 소리에 집중하다가 집 문이 열리면 튕겨나가듯 문 앞까지 달려나온다. 그리고 컹컹 짓으며 어쩔줄을 몰라하는데 얼른 안아주지 않으면 낭패다. 용칠이가 자기부터 좀 봐달라고 계속 짓으면서 주변을 정신 사납도록 마구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우리집 강아지 용칠이 ⓒ

용칠이도 혼자 집에 있을때 이런 표정이었을까?

어린 강아지가 장날에 나와 누군지 모를 새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표정이 애처롭고

다 큰 개가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며 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먼길을 바라보는 표정이 간절하다. 

쓸쓸해보이는 눈빛과 한층 풀죽은 몸을 보며 주인 대신 미안한 감정마저 일어난다. 

-기다림- 초등학생 채린이가 찍은 사진  / -우도에서-ⓒ윤성민

기다림을 버티는 이유는 끝이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기다림이 끝나는 반가운 결말을 그리면서 사진 속 강아지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날 기다리고 있을 용칠이에 대한 내 마음 속 짐도 살짝 덜어낸다.

-기다림- 중학생 재훈이가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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