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웃과 와글와글
5도 2촌을 하게 되면 그곳의 주변의 사는 이웃과는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기 마련이다. 처음에 있었던 곳의 이웃은 단 한 사람이었다. 아래쪽에 이웃만 있었는데, 위는 산이라 이웃이 없었고, 양옆도 밭이었기 때문에 이웃이 없었다. 그 이웃은 혼자 사는 아저씨였다.
첫 만남에서는 눈이 많이 왔던 날이어서 밖에 나와서 큰 음악소리와 함께 눈을 쓸고 계셨다. 어떤 음악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트로트 그런 음악은 아니고 올드 팝송 같은 느낌이었다. 재야에 묻힌 음악 고수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다. 엄청난 실력의 드러머나 기타리스트 그런..
내가 그분의 첫 번째 제자가 되어 최고의 음악 기술을 물려받아 고수가 된다는 스토리?! 아침마다 철사장?!
하지만 그런 거와는 거리가 먼, 아주 조용하신 분이었다. 그 첫날 이후 노랫소리가 한 번도 더 들리지 않았다. 가끔 마주치면 인사정도 하는 사이로 특별히 대화를 많이 해보지 않아 어떤 일을 정확히 하시는, 왜 이곳에 정착하시는지 그런 거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농사는 짓진 않았고 집 마당에 알 수 없는 잡동사니가 꽤 많았다.
새로운 홍천 집을 이사 오고 나서는 다양한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변 이웃 가구는 5 가구가 있다. 2 가구만 빼고 나머지 가구들을 모두 5도 2촌하는 분들이다. 주로 은퇴해서 정착하신 분 들이거나 곧 은퇴를 앞둔 그런 분들, 물론 젊은 사람도 있긴 하다.
여기는 길이 하나라 지나가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좀 오픈되어 있다. 특히 옆집하고는 중간에 좀 뻥 뚫려있는 공간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옆 집이 뭐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다. 물론 그렇게 하릴없이 남의 집 사람들이 뭐하는지 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시선이 가긴 한다.
그래서 옆 집하고 은근하게 시선을 막을 수 있는 측백나무를 사서 심었는데, 아직 완전 아기 나무라 옆집을 가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야 제 기능을 할 듯싶다.
옆집 이웃분들은 서울 사셨는데, 은퇴하고 이곳에 내려와서 2년 전쯤부터 정착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오니 그냥 마냥 쉬는 것도 힘들어서 다시 일을 하신다. 토요일에도 새벽 4시부터 나가시고 오후 3시쯤 돌아오신다.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역시 마냥 쉬는 것도 힘들구나 싶었다. 그리고 불 피워서 고기 구워 먹는 것도 이제 지겹다고 하셨다. 정말로 옆집 이웃은 가족이나 친구분들이 오셔야 밖에서 고기를 구워 드시고 다른 분들이 없을 때는 밖에는 잘 나와계시진 않았다.
이사하고 인사차 이웃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돌렸는데, 옆집 이웃은 잊지 않고 휴지 선물도 주셨다. 다른 이웃 분은 방금 수확한 땅콩도 주셨다. 저번에는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같이 먹으라고 김장 김치도 주셨다. 보답으로 고기를 드렸다.
도시였다면 바로 옆집이어도 누군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지만, 시골에선 주변에 어떤 이웃이 있고 어떤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 주변 이웃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무언가를 나눠서 먹거나 서로 주고받는 그런 소소한 정 속에 작은 연대의식을 느낀다.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이웃 간의 정은 아직 소멸되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정이라는 건 서로의 대한 연대의식, 나눔, 관심의 또 다른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