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베트남 여행을 함께 다녀온 남편이 말합니다. 갑자기 내리는 스콜(Squall) 같은 소나기. 비가 내렸다고 시원해지지는 않고, 푹푹찌는 한증막 같은 날씨에 수증기에 갖혀지내는 기분.
딱 동남아 같은 날씨지요. 올해 어머님의 칠순을 맞아서 베트남에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경기가 워낙 안 좋아지다보니 시댁도, 저희 부부도 여행이야기는 쏙 들어가버렸습니다.
베트남으로 여행지를 정한 건 어머님께서 쌀국수와 월남쌈을 좋아하시기 때문이에요. 언제나 라면 대신 쌀국수에 채소를 가득 넣어 드시라며 양파초절임을 꼭 보내드리곤 합니다.
"우리 며느리 양파초절임은 항상 맛있지!"
당뇨가 있으셔도 가끔씩은 드시고 싶은 건 꼭 드셔야 스트레스가 풀리곤 하신답니다. 누구든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큰 법인데 그걸 포기하라고 얘기하는 건 최소한의 즐거움도 빼앗는 것 같아 저도 마음이 아프답니다.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식사시간까지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무설탕으로 만든 양파초절임을 꼭 보내드려요. 라면보다 쌀국수가 확실히 칼로리는 적지만 나트륨, 탄수화물은 적당량 건강하게 먹어야합니다.
쌀국수 드실 땐 꼭 집에 있는 냉장고비우기 하듯 채소를 국수와 동량이나 그 이상으로 많이 넣으시고 면과 같이 드세요.
아삭아삭 채소가 샤브샤브처럼 맛있을 거에요. 물도 기준량보다 넉넉히 부어서 라임이나 레몬즙으로 상큼새콤한 맛을 더하면 싱겁지 않게 드실 수 있습니다.
만드는 법
1
자색양파를 얇게 썰어주세요.
2
볼에 담고 소금 4.5g (약 1작은술 정도), 식초 2큰술 넣어주세요. 소금 무게는 항상 양파의 1.5%, 식초는 양파150g당 1큰술씩 넣어주세요.
3
부드러워질 때까지 손으로 살살 무쳐줍니다.
4
양파가 투명해지면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면 소독된 병에 넣습니다. 깨끗한 반찬통, 밀폐용기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방부제가 없으니 3~4일 안에 드시고 가급적 빨리 드시는 게 맛도 좋습니다!
5
입구를 깨끗이 닦은 뒤 뚜껑으로 잘 밀폐합니다. 보통의 절임음식은 소금농도 2%인 고염음식인데 양파절임은 소금의 농도를 1.5%(저염김치보다 살짝 낮은 정도)로 조절했습니다. 심심한 간은 식초로 보완했지만 이역시 한번에 많이 드시진 말고 김치처럼 곁들이는 반찬으로 드셔야합니다.
3분 초간단 양파절임
완성!
상차림
채소 가득 쌀국수 / 조금 남아있던 어린잎 채소, 시들어가던 깻잎, 고추, 연근, 레몬 2조각
저희집도 어느 순간 부터 라면 대신 쌀국수를 먹게 됐어요. 아마 요 양파절임 때문인 것 같아요. 라면보다 기름기 덜하고, 냉장고 속에서 시들어가던 채소들로 '냉장고파먹기' 하기에도 아주 좋은 메뉴입니다.
대신 나트륨 양을 조절하기 위해 뜨거운 물을 기준량보다 100ml정도 더 넣은 다음 심심한 간은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넣어서 진짜 베트남에 온 것처럼 새콤하게 먹어요.
푸릇푸릇한 향채들도 쌀국수만큼 넣어서 먹다보니 포만감도 크고 그래서 국물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