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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박동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짧은 만남으로 잠시 얼굴을 마주보다 그새 잊고 잊혀간다. 그러나 그 중에는 우연한 기회로 혹은 필사의 노력을 통해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삶에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역사 속 인물로 남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니, 작고 큰 인연을 통해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은 사실 내 삶이 내게 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점점 나이가 들며, 내가 앞으로 인연을 맺게 될 사람들보다 내가 이미 삶에서 지나쳐온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앞으로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이미 만나온 사람들을 대해야 할지, 또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성찰하게 된다.


그런데 인연이라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우리는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아니, 사실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물건들이 존재한다. 당신의 주위를 둘러봐라.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당신 주변에 있는지.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사람과의 인연이 소중한 것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물건과의 인연도 소중하지 않은가.

글을 쓰는 동안 즐거웠다. 과거, 현재에 나와 인연을 맺었던 물건들과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혼자 피식거리기도 했고, 물건을 통해 내가 어떤 생각과 성찰을 했는지, 그리고 다시 한 번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으로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은, 여러 주제들에 대해 생각하며 나와 의미있는 관계를 맺은 물건들은 대부분 가격과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건의 품질이나 성능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와 별개로 나의 삶에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물건들은 가격에 비례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나와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에피소드를 만들어왔는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더더욱 앞으로는 소유에 집착하기 보다는 소중하고 의미있는 물건들과 함께 관계하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좋은 삶은, 좋은 관계에서 나온다. 좋은 관계는 인간 관계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사물들과의 관계도 있다. 그렇기에 나를 둘러싼 물건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 좋은 삶을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한 번 여러분을 둘러싼 수 많은 사물들과 한 번 대화해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 당신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는 하나의 시선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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