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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25. 2024

아뜰리에의 유령들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75

아뜰리에의 유령들


어쩌면 내 아뜰리에에는 유령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9월에 뉘른베르크 시내 전체가

거대한 벼룩시장을 여는데

오래된 인형의 집을 30유로 주고 샀다.


나무로 만들어진 정교한 진열장은 

서랍이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고

식탁과 의자, 소파, 시계, 그릇들.

벽에는 항해하는 그림이 걸려 있다.


어떤 사연인지는 몰라도

인형의 집에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들만 셋이 살고 있었는데

어린아이들만 방치하는 것 같아

다음날 벼룩시장에 다시 가서

둘 다 만만치 않게 세 보이는

엄마와 이모를 5유로에 사 왔다.


새로운 가족끼리 싸움이라도 났던 걸까?
얼마 전에 엄마를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세라믹 얼굴과 몸이 박살 나 버렸다.

남은 4명이 다 누가 빌런*이래도

이상할 것이 없게 생겼다.


미동 없이 앉아있는 인형들은 좀 수상하다.

내가 자리를 뜨면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좀 전에 너 좀 움직였어

하고 알 없는 외국어로 말할 것 같다.  


무서운데 희한한 것은

아뜰리에 앉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막혔던 글이 쓱쓱 풀려 써진다.

그림도 신들린 듯 잘 그려져

나중에, 이거 내가 그린 맞아? 하게 된다.

아무래도 누군가 도와주는 거 같다.



*빌런(Villain): 창작물에서 악당이나 악역을 뜻함

<나무위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무섭죠? #마박이가앞으로무서워서어쩔려고그런글을쓰냐고




"거의 다 왔습니다"


그동안 <여보, 나 런던 갔다 올게> 시즌3을 애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즌3에 이어 시즌4에서 마지막 연재를 이어 갑니다.

시즌4는 다시 한국으로 간 나의 이야기 25개 에피소드입니다.




알려드립니다!


<여보, 나 런던 갔다 올게>는 미리 작성한 소재를 기반으로,

2023년 봄 독일에서 시작되어 2024년 봄에 한국에서 끝나는,

4개의 시즌 각 25화, 총 100화 구성입니다.


시즌1: 뉘른베르크의 봄 그리고 여름

시즌2: 한국의 여름

시즌3: 다시 독일, 가을 그리고 겨울

시즌4: 다시 한국, 겨울 그리고 봄


시즌4는 2024년 한국의 겨울, 봄 이야기입니다.

매일 연재하다 보니 에피소드 속 계절만 빨리 가버리게 되었습니다.

계절이 달라 공감이 어려울 수 있겠으나 너그럽게 양해해 주십시오.


한국에서 다시 만나요. 여러분~


 - 문 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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