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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Jun 22. 2024

다람쥐 슈퍼마켓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72


다람쥐 슈퍼마켓  


발코니 앞 나무에

귀여운 다람쥐와 새끼손가락 만한

귀여운 새가 산다.


어느 날

귀여운 다람쥐가 귀여운 새를 물고

귀엽게 나뭇가지들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흉악한 놈.  

하기야 나도 다람쥐털 붓으로

폴짝폴짝 행복하게 그림을 그린다.


다람쥐처럼 나도 식량 욕심이 많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시댁 지하실에 통조림 같은 가공식품을

잔뜩 저장해 둔 것이 부러워서

나도 빈 방에 선반부터 만들어

작은 슈퍼마켓을 차렸다.


일요일과 공휴일에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서

식료품을 살 수 없으니

나 같은 식품쇼핑 중독자들은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언젠가 필요해 라며 계속 사잰다.

식량이 쌓여 있는 걸 보니 안심이 된다.

한국에서 집 앞에 24시 편의점이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

나의 귀여운 다람쥐털 수채화 붓 By 문 정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만약에전쟁이나면 #한달은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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