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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Jun 18. 2024

마법의 단어, 똥꼬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같은 글자에 같은 뜻으로 통용될 때 소통이 된다.


아이와 가끔 대화를 시도하다 보면 엉뚱한 말을 할 때가 있다.

특히 난데없는 똥꼬타령.

어릴 땐 재미 삼아 같이 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도 가끔 쓸덴 뭐지?

유치하여 호응을 하지 않았다.

그래야 초등학생 다운 대화가 될 것 같아서.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동규와 나의 대화가 뚝뚝 끊길 때가 많아졌고 서로의 얘기가 아닌 일방적 통보가 돼버렸다.

아주 짧고 명료한.

덕분에 소통상 오해도 생겼고 서로 속상한 경우가 왕왕 생겨났다. 


나이가 한참 많은 내가 먼저 사과의 제스처로 대화를 시도하면 동규는 역시나 뜬금없는 단어로 답하곤  했다.

"똥꼬."

"똥꼬오?"


멋없고 은근히 내성적인 두 남자의 화해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언젠가 답답한 마음에 기분을 풀려 노력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신나는 음악도 따라 부르고 욕도 큰소리로 질러봤지만 딱딱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소리쳤다.

"똥꼬?"

혼잣말에도 실소가 터져 나왔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쩌면 동규가 그동안 내게 말했던 똥꼬는 유치하고 저급한 단어가 아닌 딱딱한 내 마음을 풀어주는 우리만의 소통의 방식이었던 건 아닐까?

순수한, 마법의 단어로 말이다.


혹시 마음이 딱딱하다면 한 번 외쳐보시라.

마법의 단어가 맞는지, 

진지하게 권해드린다.

"똥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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