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겠지만 일단 나의 경우, 누군갈 좋아하는 마음이 들면 기쁜 마음으로 그 대상을 지켜본다.
나의 모든 숨결까지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향할 정도로 계속 지켜보고, 관찰한다.
카스테라 빵을 우유에 적셔 먹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빵이 우유에 절여져서 흔적도 안남는 것처럼 바라보고,
흠모한다.
그 대상이 나의 존재를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다.
그렇게 지켜보다 보면 타이밍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니까.
매일같이 지켜봤고 언제나 완벽한 타이밍을 꿈꿨기 때문에,
절호의 찬스, 즉 '그 순간'이 오면 모든 감각이 말을 한다.
'지금이다.'
그때 뭔가 응축된 매력(?)발산 같은 걸 한다.
집에서 거울 보면서 연습한 호감가는 미소를 활짝 지어준다던가, 팔꿈치나 손등 같이 부담 없는 부위의 약간의 스킨십(!)을 노린달까.
지금 읽고 있는 책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온다.
[테니스 이너 게임]이라는, 교육학자이자 테니스 코치가 쓴 트레이닝 책이다.
테니스에 관심 없어도 괜찮다. 인생에 대입해 볼 만한 법칙이 소개돼 있다. 빌 게이츠가 꼽은 '인생 책 BEST 5'에 선정되기도 했으니,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의 첫장에선 자신의 테니스 자세를 '판단하지 말라'고 권한다.
판단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판단이란 어떤 사건에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당신이 경험한 사건 가운데 어떤 것은 바람직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당신이 친 공이 네트에 걸리는 모습을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신의 서브를 상대방이 받지 못해 에이스를 기록한다면 아마도 당신은 ‘좋다’고 판단할 것이다. 결국 판단이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경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반응이다.
(중략)
판단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보자.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할 것이다. “서브가 왜 이 모양이냐” 그러다가 이렇게 된다. “오늘은 서브가 안 들어가네.” 몇 차례 나쁜 서브를 날린 다으멩는 내 서브는 형편없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난 최악의 테니스 선수야”, “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라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 처음 한 번으로 시작한 판단이 몇 차례 반복된 다음, 이를 종합해 자신에 대해 판단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을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어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듯일 뿐이다.
- <테니스 이너 게임>, 티머시 갤웨이
오늘 여러분은 하루를 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판단을 했을지 궁금하다.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서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운전을 하면서도, 일을 하면서, 우리의 '판단' 본능은 집요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본인의 마음이 지옥일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예시를 들자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옷을 입었지? 정말 추해보여' 라던가, '저 여자는 왜 저렇게 가만히 있질 못하고 움직여대는거야? 정신 산만해 죽겠네' 등의 판단들 말이다.
자기 자신을, 그리고 상대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책에선 말하고 있다. 그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머릿속에 그리고, 힘을 빼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의 단순한 비유를 통해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가 땅에 장미 씨앗을 심을 때, 아직 작다는 생각은 할 수 있어도 ‘뿌리와 줄기가 없다’라며 비판을 하지 않는다. 씨앗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물을 주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씨앗이 자라 땅 표면을 뚫고 올라올 때, 미성숙하다고, 발육이 불안전하다고 비판하지는 않는다. 막 돋아난 싹이 처음부터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씨앗이 성장하는 과정을 경이에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발달 단계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한다. 장미는 씨앗일 때부터 꽃이 지는 순간까지 언제나 장미이다. 어느 순간에나 만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항상 변화의 과정에 놓여 있지만 단계마다, 시기마다 그 모습 그대로 완벽한 것이다.
- <테니스 이너 게임>, 티머시 갤웨이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오래 하고,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비슷하다. 5년간의 만남을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그가 나에 대해서 그 어떤 칭찬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보통 남자들은 마음에 들거나 사귀고 싶은 여자를 만나면, 칭찬을 늘어놓는다. 외모가 아름답다, 내 스타일이다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학벌이나 커리어 등도 모두 대단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노골적인 칭찬은 많은 경우 와닿지 않는다. 초반에는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건들은 언젠가 변하기 나름이다. 변할 수 밖에 없는 조건들로 나에게 호감을 가진다고 여겨진다면, 조건들을 강화하기 위해 무리한 힘을 쏟았을 것이다. 가령 나의 외모를 좋아해주는 연인을 위해 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까지 한다거나, 나의 커리어가 좋아서라면 일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일에 투입하는 식으로.
하지만 그냥 네가 좋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네가 늙거나 살이 쪄 외모가 망가진다 해도 너를 좋아할거라는 믿음이 느껴진다. (물론 남자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므로 미모 관리에 힘을 써야 한다. 여성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너의 외모는 나의 취향이고, 네가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을 알고 있고, 존중하며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된다. 대놓고, 작정하고 칭찬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흘려주는 거다. "너는 그런것도 해냈잖아" 라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 정도로.
생각해보니 그는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거의 안했다.
지금도 안한다. (뭐지?) 그런데 상관없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라서.
여성의 경우는 이러한데, 남성의 경우는 좀 다르다. 두뇌가 직관적인 편이라 그냥 직접적으로 칭찬을 해야 한다. "운전을 잘해서 멋있고 대단해", "정리정돈을 잘 하는 사람은 정말 멋져" 가급적이면 원하는 것을 직접적인 칭찬으로 하는 게 효과가 빠르고 바로바로 나타난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인정과 칭찬을 원하고, 무의식적 표현 같은 건 잘 알아채지 못한다. 섬세하지 않아도 되니 항상 격려의 말을 해주도록 하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게 아니라, 남자를 빠르게,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행위를 부디 멈추지 않길 바란다.
사실 명상에 가깝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압이나 목적 없이 그냥 하면 된다.
나는 매일 글을 그렇게 쓴다.
여러분들은 부디 사랑을 아무 판단 없이, 깊이 바라봐주며 하길 바란다.
https://youtube.com/watch?v=BXbsO8exZ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