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영화 <귀여운 여인>
오늘은 돈 얘기다.
MBC 예능 프로그램 중 '짠남자' 라는 방송이 있다.
극강의 짠돌이들이 고정 패널로 출연한다. 자기 통제가 안되는 흥청망청이들이 나와 자신의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방송이다.
재밌는 건 짠돌이로 나오는 출연진들은 서로의 감성을 공감한다는 점이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 라는 질문에 "갖고 싶은게 없다"고 답하고, "택시를 탈 때는 없나요?"라고 물으면 "택시 어플도 없다"고 말한다. 더운 땐 "에어컨을 안튼다"고 말한다.
택시는 고사하고 대중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간다는 짠돌이도 있었다.
반면 흥청망청 소비하는 패턴들은 뭐 하나 공통점이 없이 다양하게 보여졌다.
일본식 뽑기 게임 가챠(ガチャ / Gacha)와 피규어에 빠져 하루 30만원 넘는 소비를 하는 사람, SNS에 눈에 띄는 광고들은 얼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질러버리는 유형, 테무나 알리 등을 통해 싸다는 이유로 물건을 몇십개씩 구매하고, 결국 물건들로 인해 집이 좁아지자 외부에 있는 공유 창고를 구매해 거기다 물건을 가져다 놓는 유형,
유행하는 디저트를 여러 토핑을 추가해 3만원 넘게 배달음식으로 시켜먹고, 명품 편집숍에 가서 할인율을 고려해 구매를 하는 유형도 있었다. 정가가 O백만원인데, 할인이 50% 이상 들어가 O백만원밖에 안하니 구매를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또한 최저가로 물건을 사겠다고 멀리 있는 가게에 굳이 찾아가 10개, 20개씩 한꺼번에 사서 결국 너무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유니클로 검정 무지티를 몇십개씩 사서 29만원을 지출했다.
한 래퍼의 사례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한끼에 33만원 오마카세에 가서, 친구 2명을 불러서 밥값을 내고(총 지출 99만원), 명품샵에 들러 500만원대의 명품을 한번에 지출했다. 그의 집을 가보니 방 안에는 수백만원짜리 명품 옷들이 옷장을 넘쳐서, 방 안에 널부러져 있었다. 다이아몬드로 도색한 치아 그릴즈라는게 1000만원짜리가 있다고 하는데 치아 라미네이트를 해버려서 이젠 쓸 수도 없다고 한다. 그 외에도 육천만원짜리 고장난 명품 시계가 하루에 2번은 맞도록 멈춰 있었다.
그는 아파트 하나를 친구들과 셰어하는데, 그마저도 친구들의 공과금을 자신이 내준다고 했다.
한 사람의 소비 패턴은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면을 비추는 것 같다.
물건을 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사고회로를 거쳐서 자신만의 논리대로 결정하는, 인생의 수많은 선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혼할 상대를 고를 때에 주로 어떤 물건을 사고, 어떻게 돈을 쓰는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 단순히 돈을 헤프게 쓴다, 헤프게 쓰지 않는다를 떠나서 구매할 때 어떤 논리가 있는지를 살펴보길 바란다.
난 바란다.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부디 어려워하지 않기를.
돈에 대해 사람들 생각은 다 다르다. 돈은 그냥 돈일 뿐이라는 사람, 돈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 행복해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사람.
사람들은 말한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돈이 많아야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경제적 자유는 그런게 아니다.
돈에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자기 절제력과 통제력을 키우면 된다.
절제력이 무한대라면, 통장 잔고가 5만원이던 10만원이던 그 사람은 자유로울 것이다.
절제력이 무한하다는 건 스스로가 절제한다는 생각도 없이 절제를 행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 불편감이나 답답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을 뿐이다.
절에 가서 스님들을 보면, 그분들이 매일을 대단한 절제력으로 살아간다는 걸 저절로 느낄 수 있다. 그분들이 돈이 많아서 (물론 돈 많은 스님들도 계시겠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건 아닐 것이다. 그냥 필요가 없는거다.
무엇이든 필요가 없어지면, 자유로워진다.
필요가 없어지려면 스스로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
살을 빼고 싶다면 더 이상의 추가적인 음식은 내 몸에 필요 없다는 걸 인지하듯이.
그렇다면 사랑이 필요 없어서, 사람과 사람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하는게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사랑하지 않겠다고 선언 후 스스로를 절제한다면, 종국에는 자유로워질까?
이게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차이다.
물질적인 돈 같은 건, 자제력을 키우면 우리 삶에서 얼마든지 통제 가능하지만 비물질적인 사랑은, 자제력을 키운다 해서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이란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을 뜻하는 게 아니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친구들을 향한 사랑, 약하고 불쌍한 존재들을 향한 사랑,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 같은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니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 돈도, 좋은 집도 아닌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삶에 사랑이 없으면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니까. 살아간다 해도 껍데기에 불과하니까 그렇다.
그래서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돈은 사랑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천하의 왕소금쟁이라도 그렇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3DZsBw5b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