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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그런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셔.

- 춘천 청평사(淸平寺)

by 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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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올라가는 길에 만난 자연.

꿈에서 자꾸 돌아가신 분들을 만난다.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말이다. 가파른 언덕에 건물이 촘촘히 박혀있는 그곳은 황금빛으로 사방이 빛나는 곳이었다. 걷다 보면 물기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모래들이 바스락대며 휑하고 날아갔다. 참 이질적인 공간이었다.


꿈은 매번 똑같은 동네에 서 있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루는 언덕을 엉금엉금 올라가 기와집에 계신 노스님을 만났다. 노스님은 그곳에 살고 계시는 걸까. 씩 웃으시며 두루마리에 담긴 문서를 하나 주셨는데 노스님이 큰 선물을 주시는가 싶어서 꿈에서 깨자마자 숫자 6자리를 정성스레 선발하여 복권을 샀다. 꿈은 연말에 꿨는데 해가 바뀌고 반년이 지나도록 당첨 소식이 없다. 그 선물이 아니었나?


그렇게 황금빛 마을을 돌아다니며 돌아가신 분들을 만나던 어느 날, 배를 타고 그곳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매번 마을 어딘가에 서 있는 것으로 시작되는 꿈이라서 그곳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황금빛 마을은 섬이었나. 어쩐지 규모가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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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극락보전의 아미타부처님.

꿈에서 깨어난 후, 노스님이 주신 문서의 미스터리도 풀 겸, 국내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절이 있는지 찾아봤다. 있다. 춘천에 있는 청평사였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꿈에서 본 장면을 재현하는 것일 테지만, 꼭 배를 타고 들어가지 않아도 청평사에 갈 수 있다기에 굽이굽이 산길 도로를 따라 청평사에 도착했다.


내가 청평사를 찾은 날은 새해 첫날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청평사로 열심히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다들, 간절히 빌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 보다. 아니면, 부처님과 보살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싶었거나?

선착장 코앞에 절이 있을 줄 알았는데 청평사는 생각보다 꽤 많이 올라가야 했다. 전각이 보이는 것 같으면 다른 건물이었고 언제까지 올라가야 하나 싶을 때 즈음 청평사에 도착했다.

나는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했기 때문에 극락보전부터 향했다. 그 뒤, 관음전에 가서 관세음보살님께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십사 하고 기도하고 나왔다. 남편과 아들은 대웅전에 가서 기도드린 뒤, 극락보전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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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관음전의 관세음보살님.


딸과 나는 촛불을 켜 놓고 가려고 초를 사서 소원을 쓴 뒤, 초 공양을 하러 갔다. 그때 딸이 쓴 소원이 보였다.


“유튜버가 돼서 올해 안에 실버 버튼을 받고 싶어요”


새해 소망이라고 해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너무 웃겨서 할 말을 잃었다. 딸에게 그렇게나 말했는데도 세속적인 욕망을 담은 촛불을 켜다니. 관세음보살님이 너무 웃어서 눈물을 흘리시지 않을까.


KakaoTalk_20250602_100739584_08.jpg 열심히 돌을 쌓는 어린이. 그런다고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는 절에 가서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거나,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그렇게나 빈다. 그런 소원은 삼성각으로 가서 빌어야 산신령님이 들어줄까 말까 고민하신다. 부처님한테 백날 소원을 빌어봤자 들어주지 않으신다. 그런 의미에서 갑자기 창피해진다. 노스님이 주신 문서가 로또 1등 일 거란 생각에 희망찬 회로를 돌리며 복권을 샀기 때문이다. 노스님이 속세의 기쁨을 누리라고 꿈에 나타나시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노스님이 주신 문서의 비밀을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미스터리는 풀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나의 복력이 더 쌓이면 알 수 있으려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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