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든 없든 무조건 큰 과일, 주차시키기 어려워도 무조건 대형 suv, 돈을 써도 푼 돈보다는 한방에 큰돈... 살아가는 철학처럼 난 그 점을 고수해 왔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자취생활을 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중간에 부동산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것은 금수저남편을 만나면서였다.
신혼살림집은 남편의 사업장과 같이 있어 천여평이 넘는 대 저택으로, 출입대문만 다섯 곳이었고, 두 개의 연못이 있는 ㅁ자형 주택이라서 술래잡기하기 딱 좋은 집이었다. 가끔씩은 들어가 보지도 못한 빈 방이 많아 호기심이 많았지만, 예전 6.25 전쟁 때 인민군상관이 주둔하던 곳이라 00방은 고문실이라 죽은 사람이 많다는 둥 주변에서 놀려대는 통에 이사를 나올 때까지 문 한번 열지 않은 방도 있었다.
그 집을 떠나 아이들 교육을 목적으로 아파트로 갈 때는 지역에서 가장 큰 평수라는 45평 아파트로 들어갔지만, 단독의 겨울 위풍을 견디며 살아온 시간이 많아, 변화 없는 아파트의 내부온도는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온화해서 싫었다.
이런저런 살림을 들여놓다 보니 나중엔 베란다에 쌓여가는 물건이 많아졌고, 창고에 쑤셔 박아 놓은 물건도 늘어나 살림으로 꽉 찬 아파트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도시로 갈 때는 41평 구축아파트였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었다. 인근에 대단지가 조성되면서 50평 가까운 아파트를 분양받기 전까지 살기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서 좋았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버리고 갔지만 신축은 공용면적도 좁아 실내가 넓어졌고, 내부설계도 짜임새 있게 되어 들어갈 것은 들여보내니 실제보다 훨씬 커 보였다.
서너 명이 살 주거용 아파트도 40평대 이상을 훌쩍 넘는 대형평수를 선호하다 보니 청소하기도 힘들고, 매매도 쉽게 되지 않고, 대형평수라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이다 보니 10여 년이 지나도 초창기 형성된 금액은 15년이 지나도 그 타령이다. 오히려 난방비나 냉방비로 관리비만 축내고 있는 건 아닌지 후회스러울 때가 많았다.
물론 도우미를 두고, 관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일평생 그리 산다는 건 선택받은 몇% 가 아니면 유지가 어려운 법.
세상이 변하고, 세법이 변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다.
그땐 상황이 정말 극으로 치닫기 쉬우니 내게 필요한 건지, 처분이 빠른 건지 처음부터 판단이 중요하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핵가족 단위가 많다 보니 서너 명이 살 곳은 20평에서 30평대가 가장 관리하기 쉽고, 많이 나가고 매매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 보면서 느낀 점이 않았다.
이후 내 손으로 지은 집도 일반 집이 아닌 다가구 주택으로 필로티주차장 포함 4층 18세대로 지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일반 집 같지 않고 매매할 때가 되었음에도 아직 팔지를 못하고 있다.
그뿐인가!
상가도 크면 그만큼 들어오는 돈도 많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큰 것만 외치다 보니 7층 건물로 사이즈가 크다 보니 매입비용도 비싸고 세금도 비싸고, 관리도 어렵고 그렇다고 큰 상가건물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활용되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 그 역시 비효율적이었다.
주변에서 5층 정도의 상가는 그나마 자주 팔리는데 크기만 크다고 비싸게 팔리지도 않고, 보유하는 동안 들어가는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 이래 저래 힘들다.
옛 어른들이 부동산은 임자가 있는 법이라지만 묶여있는 시간들이 많다 보니 내가 느낀 점은 사람들이 쉽게 팔고, 매입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주거지나, 상가를 구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현금성 있는 물건이 아닌가 싶다.
똘똘한 한 채는 내 가족에 맞는 크기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이 것도 세월 흐름에 따라 변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큰 대형을 사도 좋은 것은 토지나 농지로 대형을 보유한다면 사용처가 많아지니 더 좋을 뿐 그 외는 분수에 맞게 사는 게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