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공기와 가을의 공기는 미세하게 다르다.
가을이 시작되는 시간의 공기는 조금 축축하고 신선한 여름보다 약간은 건조하고 날렵하며 다림질한 하얀 와이셔츠처럼 단정하고 조금은 서늘하다.
캐나다에 산 지 16년째, 선천적으로 작고 낮은 코, 외국 식단, 집 안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 때문인지 만성비염이 몇 년 전부터 심하게 찾아와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코 스프레이를 쓰거나 종일 코를 푸는 데도 이상하게 후각은 잃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쉽게 말하자면 냄새 하나는 끝내주게, 기똥차게 더 잘 맡게 되었다.
음식을 해서 그럴까.
2022년 9월 중순 즈음, 셋째 막내 딸 아이가 만 두 살이 되어 지인들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기로 했고 부모 + 아이들까지 포함해 삼사십명이 오는 파티를 집에서 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코비드가 시작되며 임신과 출산을 해 그간 잘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다 초대해 즐겨보자란 생각에 일을 벌렸다.
워낙 많은 사람이 오는지라 갈비, 각종 전, 떡뽂이, 잡채같은 잔치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데 꼬박 삼사일이 걸렸는데 아이를 돌보며 커피를 물같이 마셔가며 보낸 며칠, 내 품이 그리운지 내 품에서 잠든 막내 아이를 안고 잠든 천사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하지만 많이 뽀뽀를 퍼 부어주고 아이의 냄새를 맡는데 이 '아이 냄새'라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것인지라 눈을 감으니 몇 초만에 깊은 잠에 빠질 것만 같이 취해 있는데 나에게 할머니 냄새가 났다.
양파, 마늘, 기름냄새와 약간의 땀 냄새가 옷에 베여 나는 그런 냄새.
종일 양파와 마늘을 까고 찢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한식을 만들었는데 그 냄새가 할머니 냄새였다는게, 공장 구내식당을 몇 십년 운영하신 분이셨으니 당연도 한데, 나는 그 안에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몰랐던, 그리고 지금은 엄마와 아내가 된 나에게 나는 냄새라는 걸 내 아이의 냄새를 맡으며 새삼 깨닫다니 인생도 참.
아이를 재우다 피곤해 아이와 함께 잠들 때가 많은데 그렇게 잠들면 다음날 병이 들 거 같아서(힘들어서 ㅋ) 몸을 좀 지져(?)야겠다 싶어 그날은 억지로 아이 방에서 나와 혼자 밤 늦게 욕조에 아주 뜨거운 물을 넘치치 않게 채워 코코넛 오일과 라벤더 에센스 오일을 넣고 지금의, 오늘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