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무더위가 한참인데, 곧 2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학교에서 받은 달력을 보고 다음 달 말일 즈음이면 중간고사네,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어제 아이의 휴대전화에 새겨진 D-3@이란 숫자를 보고는 순간 심장이 덜컹, 했다.
이번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도 알고,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도 신경이 쓰일 때가 많다.
이 말이 아이의 긴장도를 높이지는 않을까. 이 말이 괜히 아이를 해이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 살얼음을 딛듯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서.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어떤 말이든, 아이에게 진정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다.
네가 점점 좋은 성적을 받고,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를 가면 정말 너무 좋겠어.
그러나 그 길이든, 또 다른 어떤 길이든 네가 갈 길은 꽃길일 거라고.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너무 크게 실망하지 말고, 너무 길게 마음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고작 열몇 살인 네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네가 걸어갈 길이 꽃길이 아니면 뭐겠어.
어디에서든 빛날 수 있기를.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기를. 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점점 꿈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그런 네가 될 수 있기를.
꼭 그렇게 될 테니. 그러니.
길고 긴 인생에서 대학이라는 하나의 결과를 놓고 크게 일희일비하지는 말자.
주어진 길을 가다 보면 분명 그 끝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냥 지금처럼만 하면 되는 거야.
의심하지 말고.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