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반모임에는 첫째 엄마들만 나오더라.
올해는 유난히도 힘든 해다.
4월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버티며 지냈는지. 마음이 온전히 편안했던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유독 예민한 내 성격 탓인가 싶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인프피, 인트피인 나는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
그러나 이제 조금 있으면 9월이고.
나는 이 황당하게 엮인 짜증 나는 상황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려고 한다.
올해가 지나야 완벽히 끝나나 싶었지만,
그건 또 물 건너갔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제발 좋은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간다면.
인연이 된다면. 그러면 내년으로 이 일이 이어져도 괜찮아. 그렇다면 나는 온전한 마음의 평화를 가끔씩은 누릴 수 있을 거야.
진정한 고수인 엄마는 학교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지금까지 십 년 넘게 봐온 바는 그랬다.
여기서 말하는 고수 엄마란, 정말 아이에게 신경 쓰고, 그래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놀랄만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결과를 끌어내는 엄마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아도 속은 꽉 차 있는 사람들.
또 다른 정글인 학부모의 세계에서 뺏기는 에너지와, 감정싸움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을 처리하고, 건의를 받고 전달하고 조율하는 일들.
공동체를 위해 귀하게 쓰이는 사람들일 수 있겠지만.
학부모의 성향이 그에 맞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발도 들이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내 아이의 선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어떤 자리를 맡게 되었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올해 내가 서게 된 자리는 그것도 아니고, 자의도 아니고, 타의에 의해. 정말 어처구니없이 밀리고 밀려 들어선 자리.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려 했다. 어찌 됐던 수락을 한 건 나였으니,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슨 대단한 힘이라도 쥔 양 팔짱 끼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실망했고, 분노했으며
이득이 될 일이 있을까 한 발만 슬쩍 담가놓고 간만 보는 사람들을 혐오하게 되어버렸다.
그래놓고 뒤에서 이게 마음에 안 들었다, 저건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런 말들은 그냥 코웃음으로 넘겨야지.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면 입만 열어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 하지 말고, 본인이 먼저 모범을 보여보세요.
말로는 만리장성도 쌓는다.
몰랐으면 그냥 스치는 인연이 되었을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중 몇몇은 마주쳤을 때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순간의 선택이 이렇게 중요하다.
9월부터 나는 더는 이 일로 상처받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려 한다.
나의 책임이 아닌 모두가 함께 정하고, 챙기는 관계로.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는 그런 사이로.
그렇게 남은 시간을 보내야지.
어쩐지, 반모임을 하면 모두 첫째 엄마들만 나오더라.
그게 다 깊은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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