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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설명회 활용기

- 다니지 않아도 일단 가보자!

by 딥그린


중학교 2학년 아이를 키워서인지, 곧 고등학생이 될 예비 중3을 위한 이런저런 설명회가 열린다는 문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우리 집 둘째는 아직 어느 학교를 지원할지 결정은 하지 못한 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일단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첫째의 고입을 치러본 엄마인 터라, 또래 엄마들보다 조금 조바심을 덜 내고, 걱정도 덜한 편인데 가끔씩은 이렇게 너무 편안하게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도 있다. 요즘이 딱 그래서 설명회 문자가 오면 휘리릭 살펴보고 들어봐야겠다 싶은 것은 바로 신청을 한다. 조금 이따 해야지, 하면 까먹기 일쑤고, 설명회가 다 지나고 나서야 아차, 하고 떠올릴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아이들은, 특히 첫째는 동네 분위기에 비해 사교육을 비교적 늦게 시작한 편이었다. 수학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무렵에야 다니기 시작했고, 영어도 도서관과 그룹과외를 돌다 유명한 대형 학원에 등록한 게 초등학교 5학년이었으니까.


아이를 학원에 보낼 생각이 없었던 때에도 나는 학원 설명회는 종종 들으러 다니고는 했다. 복잡한 학원 커리큘럼들이 아리송할 때도 많았지만, 요즘 트렌드가 어떤지, 교육 정책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통 요맘때 아이들은 어떤 수업을 듣는지, 상위권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특히 수학과 영어의 경우 어떤 문제집으로 수업을 하고, 보통 어느 정도 기간에 걸려 진도를 빼는지... 그런 것들을 참고하기에 학원 설명회만 한 것이 없었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입시를 치르겠다!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 학원을 늦게 보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봐줄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꼼꼼하게 곁에서 함께 공부하다 아이가 내가 도와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 그때 학원에 보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설명회를 들어둔 것은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결정을 하고 레벨테스트를 볼 학원을 고를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어느 정도 내 아이에게 맞는 학원 리스트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은 더 봐줄 수 있었지만, 엄마와 공부하는 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도를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꼼꼼히 구멍 없이 공부를 하는 데는 엄마만 한 선생님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초등학생인 아이와 엄마가 타이트하게 진도를 나가는 건 우리 가정에서는 조금 한계가 있었다. 영어는 엄마인 내가 전공자이긴 했지만 수학보다 집에서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나는 느꼈다. 국어는 책 많이 읽고 시중 문제집이 잘 나와 있으니 단계에 맞춰 골라 풀리면 되겠다는 결정이, 되려 학원 설명회를 듣고 빠르게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우리 집에 해당하는 사항이고, 독서나 어휘력 등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저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학원 설명회에서 커리큘럼을 들여다본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둘째의 고입을 준비하면서 한번 더 정비하는 마음으로 설명회를 들으러 가보려 한다. 우리 아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내가 모르던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품고.


이렇게 쓰다 보니 학원에 열정을 지닌 엄마 같지만, 늘 우리 집 아이들은 최소한의 사교육을 받는 편에 속했다. 어릴 때도, 지금도. 엄마는 가급적 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 있되,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카드를 꺼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오늘도 엄마의 삶은 고되다. 어찌나 해야 할 일들도 많고 해내야 할 일들도 많은지. 매일매일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티가 나는 건 순간인 게 엄마의 삶이다. 그러나 어쩌겠어. 그냥 해야지. 해야 할 일이니. 그런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이제 다시 주방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내일은 월요일.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우리 가족 모두 평온한 한 주를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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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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