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꽤 괜찮은 커피집이 있습니다.
공원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어서 창밖 경치도 좋고 주차장도 꽤 넓습니다.
아침 일찍 8시부터 오픈하는데 주말에는 오픈런을 해도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로 동네 인기 커피점입니다.
저는 주로 오전에 브런치를 먹습니다.
두툼한 버터 토스트에 수제 요거트, 약간의 샐러드, 삶은 달걀, 사이폰 커피까지 포함해서 720엔입니다.
창가에 앉아서 눈 덮인 마당을 바라보며 앉아있으면 참 좋습니다.
처마 끝에 길게 자란 고드름도 멋있고 가끔 눈이 녹아 지붕에서 툭툭 눈덩이가 떨어지는 소리도 듣기 좋습니다.
여름엔 녹음이, 가을엔 단풍이, 겨울엔 흰 눈이…
커다란 통창은 그냥 그대로 액자입니다.
오래오래 바라봐도 한없이 좋은 풍경이지요.
이 다정한 커피집이 이달 말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하네요.
이유도 없이 그동안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안내문만 가게 여기저기에 붙여놓았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14년간 운영해 왔다네요.
이제 나 봄에 가면 브런치 먹으러 못 가겠네
남편에게 소식을 알리니 꽤 아쉬워하네요.
동네 사람에게 들으니 맨션을 짓는다고 합니다.
커피집 옆에 작년 여름에 문 닫아 지금껏 비어있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그 건물과 주차장을 합치면 꽤 넓으니 괜찮은 맨션을 지을 수도 있겠네요.
공원과 맞닿아있고, 학교도 근처에 있고, 지하철과 노면전차역을 끼고 있으니 입지가 아주 훌륭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속상합니다.
내게 참 다정한 커피집이었는데…
우리 집 주변에 빈집도 많은데 왜 하필 소중한 나의 커피집을 없애는지 야속합니다.
저는 아직 봄의 커피집을 경험하지 못했단 말입니다…
2월이 지나면, 이제 그 길로는 가지 않으렵니다.
마음속 다정한 커피집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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