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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토리 Dec 08. 2023

코타츠와 유카단보

홋카이도의 겨울은 춥고 길다.

그리고 일본집은 유난히 춥다.

2014년 크리스마스 즈음, 오사카로 첫 가족 자유여행을 다녀왔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며 호텔이 아닌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찾아 평범한 일본집을 선택해 3박 4일을 지냈는데 그때가 내 기억에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난방이라고는 없는 집이었다. 너무 추워서 집주인에게 아이들이 있으니 전기장판이나 온풍기라도 달라고 연락했지만 집주인은 내 요구를 씹었고 우리 가족은 부랴부랴 유니클로에서 내복을 사고 오리털 잠바를 입고 잤었다.

그때 겨울의 일본집은 바깥보다 춥다는 말을 실감했다.


여름에 삿포로로 이사 오면서 살림을 장만할 때 중고가게에서 코타츠를 샀었다.

평소에는 밥상 겸 책상 겸 테이블로 쓰다가 얼마 전 겨울이 시작될 무렵 코타츠 이불을 사서 씌웠다.

폭닥폭닥한 느낌의 이불 하나로 겨울 감성이 살아났다.

귤 한 봉지 사다가 코타츠 아래에 발 집어넣고 앉아서 까먹으면 따땃~하니 꼭 짱구네 집에 놀러 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을에 놀러왔던 딸

겨울이 깊어가면서 코타츠만으로는 부족해 유카단보를 틀었다.

방바닥에 환풍구처럼 생긴 곳으로 따뜻한 바람이 나오면서 집이 훈훈해지는데 한국의 온돌이나 보일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절절 끓는다!!

유카단보가 없어 등유난로로 난방하는 친구가 놀러 오더니 집에서 온기가 느껴진다며 엄청 부러워했다. 자기 집은 추워서 집안에서 두꺼운 양말과 털실내화를 신고, 내복과 후리스 잠바를 기본으로 입고 산단다. 그거 답답해서 어찌 사누?

내가 집 하나는 잘 구했네 으쓱했던 순간도 잠시, 내가 지금 일본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했다.


나도 요즘엔 그 친구만큼은 아니지만 적당히 껴입고 살풋 추운 듯이 산다.

아주 추울 때만 찔끔 유카단보를 켜서 냉기만 날리고 평소에는 코타츠 속에서 손발을 녹인다.

유카단보는 전기로 돌아가는데 일본의 전기료가… 하… ㅠㅠ

한국에 살 땐 4인 가족이 쓰는 전기가 한 달에 300킬로와트를 밑돌아서 누진세 없이 3만 원 정도의 전기료를 냈었다.

여기서는 나 혼자 50킬로와트 정도 쓰는데 6,500엔 정도 전기료를 낸다. 환율을 900원으로만 쳐도 거의 6만 원 정도다.

거기에 온수사용에 쓰는 급탕설비사용료도 6,000엔 정도 낸다. 이것도 전기다.

난방을 하지 않을 때인데도 다달이 전기요금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유카단보의 전기요금을 보태면… 아찔하다.

한국에서는 4 식구가 3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전기, 수도, 난방을 모두 포함한 관리비를 한겨울에 35만 원 정도 냈었단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9평 원룸에서 나 혼자 사는데 전기, 수도, 관리비를 27,000엔(25만 원)을 냈다. 난방비 빼고! (물론, 월세도 빼고… ㅜㅜ)

난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난방용 전기사용량은 계량하지도 않았는데… 올라가는 계량기 숫자가 무서워서 도저히 따숩게 살 용기가 나지 않는다.

막히는 길, 팍팍 뛰는 택시미터기를 보는 심정이다.

다음 달 전기요금은 얼마나 나올라나…

생활이 감성을 이긴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이것도 ‘지금, 여기’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갬성’이라고 우긴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집안이라 겨우 입김만 안 나올 뿐 손도 시리고 코도 시리지만 난 지금 ‘일본감성놀이’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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