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타이베이 공공도서관 베이터우 분점
“아…!”
심사전의 깊은 탄식.
“나, 베이터우 주민이 되고 싶어.”
심사전은 백 퍼센트 진심이었다. 창가의 작은 책상은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겠지? 나라면 저 자리에 앉을 테니까.
<언니들의 여행법> 중
1.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지 베이터우행의 목적은 온천이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바로 베이터우 도서관(*타이베이 시립도서관 베이터우 분관이 정식 명칭).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레드선 베이터우역에서 내려 신베이터우로 가는 두 량짜리 핑크 라인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기차역에서부터 베이터우 여행은 시작된다. 전철을 타면 귀여운 베이터우 캐릭터가 우리를 반겨준다. 어딜 가나 캐릭터가 많은 대만.
신베이터우역에 내리자마자 손을 담글 수 있는 온천물 스팟을 발견했는데 뜨거워서 제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었다. 까르르 웃으며 손을 넣었다 뺐다 호들갑을 떠는 심이. 이곳에서 찍힌 심이가 가장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
베이터우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자국의 온천을 그리워하며 만든 휴양지다. 베이터우의 온천이 특별한 이유는 이곳이 전 세계에 딱 두 곳뿐인 라듐 유황 온천이기 때문이다. 베이터우 첫 산책지로 삼은 곳은 지열곡(디러구). 베이터우에 가기 전 찾아본 바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수증기가 환상적이었다.
지열곡에는 달걀 냄새 비스름한 유황 온천만의 향기가 난다. 한여름에 이곳은 정말 덥겠구나 싶었지만 겨울이라 뜨거움이 싫지 않았기에 열기에 온몸과 얼굴을 맡겼다. 지열곡 초입에서 파는 계란과 소시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차예단과 마라 계란, 소시지를 골랐다. 베이징에서 아침으로 많이 먹은 차예단은 계란을 간장, 찻잎과 함께 삶는 것인데 중간에 계란 껍데기를 살짝 깨 양념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대만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육즙이 풍부한 대만의 소시지는 마치 대창을 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진다. 너른 잔디를 가진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완벽한 포토스팟이다. 일제 강점기인 1913년에 지어진 온천으로 보수 공사를 거쳐 1998년 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박물관에서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고령의 주민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3.
온천박물관 바로 옆에는 매우 개인적인 기준으로 베이터우의 주인공인 타이베이 공공도서관 베이터우 분점이 있다. 2006년 11월 17일 문을 연 이 도서관은 태양광과 빗물을 재활용하는 환경친화적인 목재 건물로 미국문화전문사이트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공도서관'으로 뽑히기도 했다. 베이터우 중심에 위치한데다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더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 도서관 테라스에서 나무와 계곡이 어우러진 푸릇푸릇한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에 발 딛자마자 베이터우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토로하던 도서관 사서 '심사전'님의 마음을 단번에 이해했다. 대부분 당일치기하는 베이터우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한 것은 꽤 좋은 선택이었다. 급하게 구한 호텔은 밤 11시 체크인이라는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베이터우에서 하루를 잔 덕에 고요한 아침의 베이터우와 도서관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8시 춘과 심이가 자는 사이 혼자 베이터우를 산책했다. 숙소 욕심이 있는 나는 여행지에서 근처 다른 숙소를 구경하는 버릇이 생겼다. 베이터우 아침 산책에서도 꼭 가고 싶은 호텔을 발견했다. <더 가이아> 호텔. 1층 로비를 책으로 가득 채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이 호텔에 꼭 묵어야지, 다짐하며 (마치 이 호텔 투숙객처럼) 자연스럽게 로비를 빠져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1등으로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 어제 봐둔 창가 쪽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그때의 기쁨은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싶을 만큼 특별했다.
하나의 여행이 끝나면 유독 잊히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도서관 테라스에서 내려다 본 아침의 베이터우 정경이 그중 하나였다.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