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족이 쉬운 여자입니다

만족

by 다른디귿


dream-catcher-4065288_1920.jpg <출처:pixabay>



어릴 때에는 '분수에 맞게 살라.'라는 말이 참 싫었다. 타인이 나의 신분을 그어놓고 "더 이상은 안 돼." 하며 머리를 누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차츰 어른이 되어감에 따라 나름의 기준도 생기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시야도 갖게 되면서 스스로의 정도(正道)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나의 분수는 한계가 아닌 지혜이다. 나의 일상이 반짝반짝 빛을 잃지 않기 위해 분수에 맞게 사는 건 꼭 필요하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의 법정스님 책을 보면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줄 알며, 적게 앓고 적게 걱정하라'는 '소욕지족 소병소뇌(少慾知足 少病少惱)'란 글귀가 있다. 소욕은 구하지 않고, 취하지 않는 것이며 지족은 얻는 것이 적어도 마음에 한탄하지 않는 것이라 하였거늘 난 늘 구하고 취하고 싶은 세속적은 마음만 담아 두었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적게 얻는 것에 늘 불안과 불만을 담아두고 살아가고 있는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언제쯤이면 습관처럼 '아, 좋다.'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달고 살았는데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는 마음이야 말로 그 과정으로 가는 첫 번째가 아닌가 싶다.


만족이 쉬운 여자이고 싶다. 마음에 쏙 드는 것처럼 모자람 없이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나의 일상은 사소한 일에도 풍요로운 기쁨이 함께하면 좋겠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청량한 하늘과 몽실몽실한 구름에 산뜻함을 느끼고 잘 마른빨래 향이 나는 일상이면 행복하겠다. 또 어느 날 창 밖으로 보이는 고양이가 우아하게 걷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전생에 사랑했던 사람이 잠시 나를 찾아왔을 거란 생각에 참 고마울 것 같다. 새찬 비 내린 뒤, 일상 속의 초록빛들이 더욱더 싱그러워지면 나지막이 '잘 살자'하며 나만의 호흡을 내뱉으며 살고 싶다. 찬 바람이 시린 얼굴을 스쳐가도 내 등 뒤에서 따스한 햇살이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에 감사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 별 일인 듯 별 일 아닌 것들을 소소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런 하루하루가 나의 일상에 한껏 가득 차서 매일매일이 만족스러운 여자였으면 한다.


나의 일생은 물건에 취하지 않고 영혼이 부자였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아침을 시작하는 따뜻한 차 한 잔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길가에 난 작은 들꽃의 표정도 읽을 줄 안다면 더할나위 없이 근사한 인생일 것 같다.






[만족]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keyword
이전 04화사랑할 시간이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