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너무 짧다

목련

by 다른디귿



나는 목련이 슬프다.


연두 물감 풀어놓은 듯 번지는 버드나무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임에도 불구하고

목련은 슬픔과 상처를 가장 많이 품고 지는 꽃 같다.

누군가는 목련에서 지체가 높고 귀한 신분을 느낀다지만 나에겐 마냥 슬프기만 하다.

신분이 높을지언정 아련한 무언가가 눈가에 그득 괴어 있게 만든다.

찬바람 부는 겨울에 붓끝처럼 돋아나 애써 작은 봉우리를 만든다.

그리고는 끄트머리를 그늘진 북향을 향해 살짝 굽어지도록 한다.

봄이 오기 전부터 굳이 그 수고로움을 하필 추운 겨울에 만들어 낸다.

다른 꽃들과 생명들이 모두 남쪽을 향할 때에도 굳이 북향으로 머리를 내어주는 그 버둥거림이 나는 참 안쓰럽다.


계절이 지나 처음의 봄을 열어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순백의 치마를 두른 채 가장 순결하고 눈부시게 피어나 많은 이들에게 봄의 전령사로 칭송받는다.

제 역할을 으스댈 만도 한데 결코 화려하지 않게 고귀한 기품을 드러낸다.

달빛에 비친 목련은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청아하다. 그 찰나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사랑할 시간이 짧다. 사랑할 시간이 너무 짧다.


이유는 모른다. 따사로운 햇살과 이는 바람에 진다. 상처 입은 채로 검게 썩어진다. 고아한 자태를 미처 다 헤아리기도 전에 모가지가 뚝 떨어진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도 있는 듯이. 검은 선혈을 남긴 채로.


이 봄, 화려하다. 웅크린 생명이 솟으며 제 빛깔을 갖춰 번진다. 겨우내 무채색의 사람들의 옷차림도 채색을 갖춰간다. 하지만 목련만큼은 흑백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목련(木蓮)

[명사] 1. [식물 ] 목련과의 자목련, 백목련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by. 달콤한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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