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중입니다

제철

by 다른디귿
waters-3085701_1920.jpg <출처 : Pixabay>


푸른 바다가 보이는 정자에 앉아 한숨 쉬어간다. 날이 맑고 따사로워 바다가 호수처럼 고요하게 일렁인다. 지금 보이는 이곳의 미관이 내 방 작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이 충족된 사람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내 시야에 꽂힌 시선 하나로 한숨처럼 쉬어지는 호흡이 편안해질 것만 같다.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족한 인생일 지라도 마음만은 평온한 상태로 유지될 것 같은 상상을 해 본다. 갖은 일에 시달리는 하루도 이 작은 창 하나면 그래도 괜찮다며 견딜 수 있는 힘이 될 것만 같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즐거운 지금이 내게 딱 필요한 휴식이다.


모든 것에는 알맞은 시절이 있다. 원하는 계절에 원하는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제철에 나는 과일이 가장 신선하고 당도도 높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물론 가격도 가장 저렴하다. 과수원 집 딸내미라 잘 안다. 농사 지을 때에도 제철에 비가 오지 않으면 그 해 농사는 망칠 뿐만 아니라 물 대느라 여간 정신없는 게 아니다. 이렇듯 알맞은 시절이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때가 온다. 우리는 다 다른 색을 하고 있으니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기에 올 일은 없다. 누구는 청소년기에 올 수도 있고 누구는 청년이 되어 올 수 있다. 또 나 같은 사람은 아직 오지 않은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된 괴로움에 지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좋은 거름이 되리란 걸 알기에 그 안에서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가며 지내보기로 하는 중이다. 사실 이렇게 말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를 때가 많지만 좋은 당도를 자랑하는 맛 좋은 과일처럼 익어가는 중이라 믿는다.





[제철]

알맞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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