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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묘사를 잘하는 하성란 작가는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조마조마하고 위기감이 가득한 그 말을. 나 역시 그 말이 좋다. 쫀쫀한 긴장감이 흐르는 그 말을. 태풍이 북상하고 난 뒤의 느낌까지 참 좋다. 공기는 비어있고 바람마저 순수하고 깨끗하게 불어오는 그 감촉이 참 좋다.
태풍이 북상할 때 뉴스의 기상캐스터는 친절하게 날씨에 맞춰 의상을 입고 일기를 예보해 준다.
"매우 강한 바람과 함께 파고가 최고 5m까지 일겠습니다.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태풍 경보에 귀 기울이시고 농산물은 낙과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태풍 피해 없도록 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부모님은 농사를 업으로 삼아 살아오셨기 때문에 항상 날씨를 체크하신다. 일기예보에 늘 귀 기울이고 일기 뉴스는 빼놓지 않고 보신다. 기상청의 예보가 틀린 적도 많았지만 그 덕에 미리 준비할 수 있었고 날씨로 인한 자연재해를 다 피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다. 농사와 날씨는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일이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잔잔하게 맞이할 수 있게 해 준다.
계절예보는 예상할 수 있지만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일기에는 어쩔 수 없이 무너진다. 요즘 같은 봄날은 봄바람이 분다 해도 돌풍이 부는 경우가 있어 농부의 마음을 애 태운다. 부모님은 샤인마스캣 농장을 하시는데 대형하우스의 비닐이 돌풍에 날아갔다. 비가림 하우스의 비닐은 괜찮았지만 대형하우스의 비닐은 연처럼 펄럭거렸다. 이럴 때면 애가 닳는다. 느슨한 마음은 결코 아닌데 돌풍 한 자락에 자식처럼 키운 과실나무에 해가 가해진다. 추운 바람에 뿌리가 상하고 줄기가 얼어 죽는다. 시작되는 한 해의 농사를 망친 것 같은 마음에 자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일기를 예보해도 돌발상황에는 손 쓸 수가 없다. 다만 더 단단히 준비하는 수밖에. 삶도 이와 같아서 부는 바람과 일렁이는 파고는 정면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예견되어 있는 고난과 위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왕이면 그 흐름에 몸을 맡겨 바람 따라 날고 서핑하듯 파도를 타면 된다. 언제나 말은 참 쉽다. 다만 나는 더 단단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일기예보]
일기의 변화를 예측하여 미리 알리는 일
일기도를 통하여 일기 상태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기 상태를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