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민 술인 소주 가격이 like라는 단어 하나의 해석 때문에 인상된 적이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사진 출처: https://cm.asiae.co.kr/article/2020042009250884822]
1997년 EC와 미국은 한국이 소주에 과세상의 특혜를 부여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에 제소했다(EC, US vs. Korea – Alcohol 사건). 소주에 부과하는 내국세보다 수입산 보드카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고 하면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 제3조 제2항 위반을 주장한 것이다.
Part II
Article III*: National Treatment on Internal Taxation and Regulation
2. The products of the territory of any contracting party imported into the territory of any other contracting party shall not be subject, directly or indirectly, to internal taxes or other internal charges of any kind in excess of those applied, directly or indirectly, to like domestic products. Moreover, no contracting party shall otherwise apply internal taxes or other internal charges to imported or domestic products in a manner contrary to the principles set forth in paragraph 1.*
2. 다른 체약당사자의 영토 내로 수입되는 체약당사자 영토의 상품은 동종의 국내상품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적용되는 내국세 또는 그 밖의 모든 종류의 내국과징금을 초과하는 내국세 또는 그 밖의 모든 종류의 내국과징금의 부과대상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되지 아니한다. 또한, 어떠한 체약당사자도 제1항에 명시된 원칙에 반하는 방식으로 수입 또는 국내 상품에 내국세 또는 그 밖의 내국과징금을 달리 적용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like가 ‘동종의’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규정은 동종의 국내상품에 적용되는 세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다른 당사국으로부터 수입된 상품에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EC와 미국은 수입된 보드카에 우리나라 국내상품인 소주에 부과되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바로 이 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금의 액수가 아니라 애초에 소주와 보드카가 서로 동종(like)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되는 것이었다. 동종상품이 아닐 경우 소주와 보드카에 서로 다른 액수의 세금이 부과되더라도 이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like라는 단어의 해석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해당 협정에는 ‘동종(like)’이라는 개념이 따로 정의가 되어 있지 않고, 통상적으로 likeness, 즉 동종성을 판단하는 기준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물리적 특성, 직접적으로 경쟁적이거나 대체 가능한지 여부, 소비자들의 최종 소비 형태, 판매 및 유통방식 등이다. 한국은 소주와 보드카의 물리적 특성이 같지 않다는 점, 그리고 한국 소비자들이 소주는 대중 음식점에서 주로 마시고, 보드카는 주점이나 바(bar)에서 안주와 함께 마신다는 점 등을 들어 반박했다. 제소국들은 반대로 물리적 특성과 최종 용도가 같고, 판매 및 광고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맞섰다. 결과는 제소국들의 승리였다. 물론 우리나라는 항소했지만 상소기구도 패널의 판단에 오류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상소기구의 판정을 이행하기 위해 국내법인 주세법과 교육세법을 개정해서 소주와 보드카 등의 수입주류에 같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해야 했고, 그 결과 소주에 적용되는 세율은 올라가고, 수입주류에 적용되는 세율은 낮아져 소주 가격이 인상된 것이다. 결국 like라는 단어 하나의 해석을 우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지 못해 우리나라 전 국민이 그전보다 더비 싼 가격으로 소주를 사 마시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법률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 하나의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조금은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알아야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