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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혜 Oct 22. 2023

already가 한일관계의 해답이다

독도,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등 한일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들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바로 이 단어 already 하나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1910년부터 1945년에 이르는 35년 간의 일제식민지배를 불법적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already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한 것이 불법이라고 인정되면, 식민지배와 연관되어 발생한 위안부 문제 등의 민감한 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될 것이다. 현재까지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끌어온 이유는 양국의 기본적인 입장 차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배상’을 주장하고 일본은 ‘보상’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한국 법률용어들은 대부분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한 글자만 달라져도 그 의미가 달라지고, 완전히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킨다. 배상과 보상이 대표적인 예인데, 위법성을 기준으로 배상은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피해를 갚아주는 것을 말하고, 보상은 적법행위이긴 하나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를 보전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즉, 배상이라고 말하기만 해도 해당 행위가불법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왔을 때도 우리 법원은 이를 ‘배상’이라고 했지만 일본은 ‘배상’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회피할 것이 분명하다. ‘배상’이라고 하는 순간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행위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무엇을 근거로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바로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 조약 제2조 때문이다.  



Article II 

It is confirmed that all treaties or agreements concluded between the Empire of Japan and the Empire of Korea on or before August 22, 1910 are already null and void.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한 근거가 된 한일병합조약이 1910년에 체결되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적용대상이 되는데, 이 조항에서 이들 조약이 이미 무효라고 언급한 부분이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따라서 한일병합조약이 언제부터 무효인지가 달라진다. 한국은 1910년 당시부터 무효라고 해석되기 때문에 한일병합조약이 당시부터 무효인 조약이었고, 따라서 무효인 조약에 따라 한국을 식민지배한 것은 불법 강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은 1910년 당시에는 유효했고 식민지배가 끝난 이후부터 무효가 되었기 때문에 유효한 조약에 따라 한국을 식민지배한 것은 합법이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근본적으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양국 간 얽히고설킨 많은 이슈들이 해결될 리가 없다. 또,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이 한국에 지급한 3억 달러의 돈도 우리나라는‘배상금’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은 이를 '독립축하금'이라고 부른다.  


일본과 협상할 당시에 already라는 단어가 나중에 이렇게 우리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끝까지 우리 측 주장을 관철시켰더라면 지금의 한일 간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already는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특별할 것 하나 없이 ‘이미, 벌써’의 의미로 사용되지만, 두 국가를 구속하는 조약에 이 단어 하나를 포함시킨 것 때문에 100년도 더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한국과 일본 간에 발생한 수많은 이슈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다. already의 해석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이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문제들도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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