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테라피
연중 두 번째로 추운 절기인 소한小寒이라서 그런지 공항 밖에 나서자 손이 시렸다. 이윽고 육지에서 온 사람은 희한한 날씨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함박눈이 내리는 제주공항을 빠져나와 서귀포로 진입하면서부터 온도 변화를 체감했다. 차에서 내리면서 거위털 패딩을 벗어던졌다. 한라산을 경계로 서귀포시는 햇살이 눈부셨고 제주시는 대설특보가 발효된 상황이었다. 같은 제주도에서 정반대의 날씨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한라산이 차가운 북서계절풍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주쪽은 어젯밤부터 눈이 퍼부었다니까.”
강한 햇살에 눈을 살짝 찡그리며 서귀포의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어느 모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두런두런 오갔다. 딸은 노모의 일을 거들러 서귀포에 와 있었고, 노모는 제주시로 돌아갈 딸을 걱정하고 있었다. 산은 북서계절풍을 막아주지만, 높은 산도 모녀의 정다운 마음을 막진 못했다.
산은 북서계절풍을 막아주지만, 높은 산도 모녀의 정다운 마음을 막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