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삭 아내를 위한 의외로 유용한 아이템들: 35주차

만삭템 추천

by 퇴근은없다

아내는 배가 나날이 커지면서 일상의 작은 것들이 하나씩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몸이 무거워져서 걷기가 힘들어진다. 10킬로 넘게 몸무게가 늘어나고 체력도 안 좋아져서. 매일 가던 산책길이라도 중간에 한 번씩 꼭 쉬어줘야 한다. 그럼에도 산책을 빼먹지 않는 이유는 부종 때문이다. 걷지 않고 낮잠이라도 잔 날에는 혈액순환이 안되어서 잠도 잘 못 잘 정도로 붓기가 심해진다. 붓기가 심하면 발은 코끼리 발이 되고 손가락에는 통증이 찾아온다. 따뜻한 물로 샤워라도 하면 조금 괜찮아지지만 그때뿐이다. 몸 씻기도 쉽지 않다. 특히 배가 커지니 발 닦기가 쉽지 않은데, 불안한 자세로 낑낑대야 한다. 자는 것도 불편하다. 배가 커지니 옆으로 자는 자세가 편한데 옆으로 자는 자세는 허리에 좋지 않다. 임신 전부터 있던 디스크가 재발하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이럴 때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출근하느라 아내가 어떻게 지내는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도와준다는 말인가. 그래서 찾아낸 게 바로 '물건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직접 해결해 줄 수 없다면 도구라도 준비해서 아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 말이다.


워킹패드

요즘처럼 찌는 더위에 임산부에게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무리다. 더울 때만 문제인가 장마 때는 며칠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집 안에서 가만히 눕거나 앉아 있기만 하면. 그 화는 남편에게 미치기도 한다. 가정의 평화와 아내의 건강을 위해 워킹패드를 집 안에 들이자. 자리는 좀 차지하지만 시원하게 에어컨 켜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잠시 거실을 양보해도 좋다. 혈액 순환이 되어 부종도 줄어들기에 밤에 잠을 잘 자게 된 것은 일석이조다.


스크린샷 2025-07-30 오후 8.45.00.png


파라핀 치료기

코끼리 발이 되어버린 아내의 발과 아픈 손가락은 대책이 없었다. 마사지를 해도 잠깐이고, 따뜻한 물 샤워도 잠깐이다. 몸을 많이 움직여줘야 좋지만. 몸이 무거운 임산부에게는 그것마저 쉽지 않은 일이다. 부종으로 손가락이 아파 찾아간 정형외과에서도 임신해서 그런 거라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출산 후에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무서운 소리도 하셨다. 그래도 그냥 돌아올 수 없으니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파라핀 치료기가 꽤나 효과가 괜찮은 게 아닌가. 이건 어렵지 않지. 당장 파라핀 치료기를 들였다. 병원 가지 않고도 아침저녁으로 뜨끈한 파라핀에 손을 담그면 마치 반신욕 하듯 몸 전체에 열기가 돈다. 고작 손 하나 담갔는데 이 정도 효과라니 부종 있는 임산부에게 강력 추천이다.


스크린샷 2025-07-30 오후 8.46.14.png


발 세척 매트

배가 커져서 발가락도 보이지 않는 아내가 발을 닦기 위해 불안한 자세로 낑낑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입한 게 발 세척 매트다. 바닥에 깔고 발을 올려두기만 하면 발바닥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문질러주는 이 놀라운 발명품 덕분에 아내는 이제 위험한 자세를 취하지 않고도 발 관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혹시 미끄럽거나 줍기가 귀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바닥에 빨판이 많아 충분히 안정적이며, 발등 세척을 위한 상판이 달려있어 발로도 쉽게 집어 올릴 수 있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참고로 나는 임신도 안 했는데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스크린샷 2025-07-30 오후 8.45.28.png


전동 책상

보통 기저귀 갈 때 허리 안 아프기 위해 기저귀 갈이대를 준비하는데, 딱 맞는 높이로 맞추기는 어렵다. 높이 조절이 되는 것도 있겠지만 사용할 때마다 매번 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디스크가 있는 부부다. 나도 사용하고 아내도 사용하려면 사용하는 사람에 맞춰서 높이를 조절해야 했다. 높이가 자유자재로 조절되는 전동 책상이라면 허리에 무리 주지 않고도 기저귀 갈이가 가능할 것이다. 전동 책상을 아기에게 양보한다면 출산 후 허리 건강도 문제없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위해 비싼 돈 들여 장만해 두었던 우리 집 전동 책상은 이제 기저귀 갈이대가 되었다.


스크린샷 2025-07-30 오후 8.45.18.png


이렇게 하나둘 준비해놓고 보니 우리 집이 마치 임산부 전용 케어센터가 된 것 같다. 워킹패드를 통해 꾸준한 활동량을 보장하고, 파라핀 치료기에서는 아침저녁 손 스파가 진행되며, 발 세척 매트는 안전한 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전동 책상은 미래의 기저귀 갈이 전용 스테이션으로 대기 중이다. 임신 초기에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들떠서 이런저런 아이템을 많이 준비하지만 만삭이 되면 아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에 익숙해져서 신경을 잘 못 쓰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럴 때 이런 아이템들도 한번 고려해 보시길. 거창한 건 아니어도 아내가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모습을 보면 남편으로서의 뿌듯함은 물론, 아빠 노릇한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