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폐지에 대한 소란에 부쳐
선글라스를 웬만하면 끼지 않았다. 그냥 답답했다. 분명 내 눈으로 보고 있지만 진짜 내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햇빛의 유해한 부분을 소거하고 나에게 허락된 빛은 눈에는 안전했지만 자연의 색을 온전히 볼 수는 없었다. 때로는 태양이 궁금해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을 똑바로 바라보기도 했다. 모두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날 것 그대로의 태양은 잠시 내 눈위에 머물다 사라졌다.
라섹 수술을 한 이후로는 의사의 권고대로 썬글라스를 열심히 끼고 다녀야만 했다. 햇빛이 드는 곳이라면 실내에서도 시커먼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검은 필터가 낀 세상에 점점 익숙해져갔다. 가끔 선글라스를 잊고 거리에 나오면 태양 빛이 견딜 수 없이 세게 느껴져 손으로 눈을 가리고 눈썹을 잔뜩 찌푸려 빛이 최대한 가늘게 들어오게 눈을 뜨고 다녔다.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한다는 소식에 이어 이번엔 리뷰를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실검 폐지 때보다 더 많은 댓글과 격렬한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리뷰에 얼마나 많은 기능과 좋은 영향력이 있는데 없애느냐' 같은 어필과 항의가 절박함과 분노와 뒤섞여 빼곡했다.
그중 무심한 투로 적힌 이런 댓글이 하나 있었다.
'리뷰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지 뭐. 직접 가보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부터 안가면 된다. '
명쾌했다. 리뷰가 생긴 지 고작 몇 년. 그런데도 사람들은 리뷰 없이 살았던 더 오랜 시간을 까마득히 잊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반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라 할지라도 누군가 '남'이 가봤던 곳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돈을 주고 자신들의 가게 앞에 줄을 설 사람을 산다.
이곳에 사는 우리는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추천 행렬의 뒤에 서지 않으면 불안하다. 누군가의 추천이 오롯이 나의 만족이 되지는 않겠지만 선택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취향을 없애고 색깔을 없앤다. 모두가 같은 곳을 가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전시한다.
리뷰 없던 세상을 기억하는가? 동네에 떡볶이집이 새로 생기면 일단 가본다. 원래 가던 집은 맛있지만 매콤했다면 이 집은 달콤한 맛이 더 강해서 내 취향에 조금 더 가깝다. 그러면 새로운 곳으로 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매콤한 떡볶이를 더 좋아하는 다른 친구는 새로운 떡볶이 집을 가본 후에 다시 원래 먹던 집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자신이 어떤 맛의 떡볶이를 더 선호하는지 비교의 경험을 통해 나의 취향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
때로 어떤 방문은 실패하겠지만 그 기억은 내 취향의 기준으로 쌓일 것이고 우연한 방문이 만족스럽다면 이미 설정된 기대치 위로 한정된 만큼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만큼 완전히 순수한 즐거움을 줄 것이다. 결국 내가 직접 부딪혀본 경험만이 내 기준이 된다. 그걸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나의 기준이 단단해진다.
선글라스를 매일 같이 챙겨다니는 요즘에도 풍경을 제대로 보고 싶은 순간에는 선글라스를 살짝 아래로 내려 원래의 색을 확인한다. 자연의 색을 어떤 필터도 없이 그대로 느끼고 싶어서. 정말 아름다운 순간은 그냥 그 자체로 바라보고 싶으니까.
실패도 성공도 없이 밋밋해진 세상.
No Filter, No Re View 리뷰 없는 세상을 환영하며
'Re'view. 누군가 '다시' 돌이켜 본 경험을 통해 평가된 어느 단면이 아니라 나의 필터로, 생눈으로 그냥 세상을 보고 싶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스마트폰 없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 거기서 왔으니까. 원할 때면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
가보지 않고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함,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런 것을 덜어 냈을 때 그 자리에 채울 수 있는 놀랍고 반짝이는 것들이 필터 없는 세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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