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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Nov 06. 2020

8_ 첫 만남의 서사가 소개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좋아한다. 남다른 도입, 뚜렷한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환호한다. 소개팅의 성패도 이 흥미로운 서사가 좌우한다.         


 

소개팅을 꽤 하다 보니, 예전 소개팅남을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곤 한다. 어제는 회사 타 부서 사람이 주선해줬던 소개팅남이 내부 미팅에 왔다. 타 부서에 정식 입사했다고 한다. 그 부서의 근무지는 다른 곳이라 자주 볼 일은 없어 다행이었다. 소개팅 날에 재밌는 에피소드라도 있었다면 말 한마디 했을 텐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우리 소개팅에는 스토리가 없었다.           



소개팅으로 만난 전 남자친구는 내 첫 모습에 반했었다. 여기서 첫 모습이란, 단순히 외모적인 부분이 아니다. 그 때는 추운 겨울이었고, 때마침 그래서 내 얼굴은 더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극적으로 기다리던 구남친, 당시 소개팅남 앞에 내가 탄 택시가 멈췄고, 하얗게 질린 내가 택시 문 틈을 비집고 나왔다. 하얀 여자를 좋아하는 그는 나의 첫 등장에 반했다. 당시 나도 이 등장에 만족하며, 이번 소개팅은 잘 되겠구나, 했었다.           



내년에 결혼하는 친구 하나는 꽤나 보수적인 편인데, 밋밋했던 소개팅남과의 애프터 자리에서 크게 넘어져 손을 잡고 연인이 됐다. 친구와 그의 남자친구한테 물어보면, 그 날 넘어진 사건이 둘 사이를 허물어준 큰 계기라고 한다. 역시 인생에서건 만남에서건 극적이고 짜릿한 순간이 있어야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첫 만남의 서사는 분명 소개팅의 성패를 좌우한다. 만나는 동안, 그 첫 느낌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렇다고 첫 만남의 서사가 관계의 해피엔딩을 결정하진 않는다. 인연이란 그리 간단치 않아서, 운명이라 여겼던 사람이 남이 되기도, 남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운명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소개팅의 에피소드, 첫 만남의 서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관계를 이어가는 둘만의 스토리, 둘만의 기승전결, 갈등과 해결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다음 만남의 서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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