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Dec 08. 2020

11_ 하우 투 비 싱글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옳은 방법이 있고, 틀린 방법이 있다.’


영화 '하우 투 비 싱글' 소개글 첫 문장이다.



올해 초, 솔로로 시간을 보내며 킬링타임용으로 시청한 영화였는데 찰나의 연애를 거쳐 다시 솔로가 되고 나니 기억난 영화다.




상반기 싱글라이프의 대부분은 넷플릭스와 함께였다.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기였고, 집순이 기질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온종일 집에 누워 하루는 하트시그널2를 봤는데 그때 연애를 해야겠구나,하고 다짐했다. 때마침 소개팅이 들어왔고, 우연찮게 연애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솔로가 됐다.



다시 싱글라이프를 누리며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이 생각난 건 내가 주인공 다코타 존슨처럼 살고 있는 걸까,하는 생각에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오래 사귄 남자친구에게 혼자만의 시간도 가져보고 싶다며, 휴식기를 제안한다. 그리곤 혼자 뉴욕으로 건너와 화려한 싱글의 삶을 누린다. 영화 속 표현대로, 때론 고추의 모래사장에 빠진 것처럼 정신없이.



요즘의 난 싱글인 지인들과의 모래사장에 빠져 있다. 삼십대가 넘어서면 결혼한 친구들은 곁을 떠나고, 남은 사람들끼리 뭉치게 된다.



심심한데 함께 놀 애인이 없을 때, 서로 모여 시간을 보내곤 한다. 최근엔 자취하는 지인 집에서 모여 놀 일이 많았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도 그저 주말을 더 신나게 보내려 계속 그 곳에 찾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싱글이지만, 이별한 뒤 단 한번도 제대로 혼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올 초반에 충분히 혼자 지냈었고, 아찔한 연애도 겪었으니, 친구들과 위로의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하지만 남녀 싱글 지인들과 함께 지내며, 이런 건 원래 남자친구랑 하는 건데, 저런 건 연인끼리 해야 더 좋은건데, 등의 생각이 들었고 지금의 내가 모래사장에 빠졌단 결론을 내렸다.



친구, 지인들과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연애가 주는 찬란함만 못할 때가 있다. 때론 그게 아픈 추억만 남기더라도.



함께한 시간 동안 쓰인 서로의 이야기,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 나는 연애한다. 연애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집중하게 되는 고도의 작업이다. 여러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나는 여러 명의 친구보다, 단 하나의 베스트 프렌드가 필요하다.




“싱글로 산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혼자 사는 시간이 짧든 길든 그 순간은 찾아온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얽매이지 않을때. 부모님, 애완동물, 형제자매, 친구 말이다.

자기 힘으로 일어서는 순간 진정한 싱글이 된다. 그리고 끝이 난다."


하우 투 비 싱글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다.




최근 이별 뒤에도 나는 계속 관계에 얽매이며 살았다.

잠시라도 그 누구와,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기코로나인 지금이 딱이다.



이제 다시 온전한 싱글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온종일 홀로 넷플릭스만 보게 되더라도.



그래야 이 싱글라이프도 끝이 날 것이다.






이전 11화 10_ 자만추냐 소개팅이냐, 그것이 문제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