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도 손꼽아 기다리던 봄이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산뜻하게
내게도 찾아왔습니다.
또 이렇게.
주저앉고만 싶었던
눈을 모두 가리고 싶었던
모든 시간들을 뒤로한 채
그렇게 내게도
다시 봄이 찾아왔습니다.
움츠린 몸을 일으키고
구부러진 손을 펴며
한껏 달아오른 곱고 푸른 자연의 아름다운 전경을 그렇게 펼쳐진 몸과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또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어둡고 음침한 굴 속을
헤맬 시간이 다시 찾아올지라도
아무리 힘겨운 시기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것들은
시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흘러가버릴 것임을 알기에
가장 좋은 날은
아직 내 생에 찾아오지 않았음을 알기에
오늘도 나는 내게 찾아온 봄을
아낌없이 누리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 활짝 펴고 웃으며
반갑게 마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