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스 써밋 신호탄을 올리다
반짝 반짝을 뜻하는 제주 방언 <벨롤벨롱>과 Now를 합친 신조어 <벨롱벨롱나우 페스티벌>.
더 나은 미래사회를 위해 환경부터 전통문화, 예술계의 생태계, 교육까지 네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아이디어 페스티벌이다.
2020년 10월,
코비드 19에 살짝 수그러지는 듯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날들이 이어져갔다.
2019년 9월 부터 준비했던 벨롱벨롱나우는 드디어, 1년 후, 2020년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제주도 동부, 서부 두 지역, 네 곳에서 선보여졌다. 내일이면 벨롱벨롱나우가 벌써 1주년이다. 2020년 1년은 리서치와 온/오프라인 회의, 학생들과의 워크숍, 인터뷰, 작가와의 기획 회의 및 펀드레이징에 시간을 쏟았다면, 지난 1년은, 이를 또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도전을 해서 실패하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 시리즈로 만들기도 했다.
페스티벌 티저는 2020년 1월, 제주도를 찾은 우리들의 영상으로 시작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i-Jne6gU8M&t=53s
이경아 감독이 만든 이 영상에서 '산불'에 벌벌 떨고 있는 동물들 이야기가 나온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다니던 1월, 우리는 예술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슬리퍼스 써밋"을 제주에 개최하는 것을 마치, 벌새가 물방울 하나라도 날면서 자기 위치에서 작은 역할을 감당한다 비유했다.
하지만 팬데믹이라는 지구 전체 '산불'이 덮쳤고, 이로 인해 기획 수정, 방역 대책, 행사를 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모두가 나서서 도와줘서 생방송 영상팀도 꾸렸습니다. 다사다난한 준비과정이지만 모든 과정이 전례 없는 페스티벌을 탄생시킨 생명줄이 되었다.
이 영상이 나온 1월, 2월은 아직 지원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다. 3월에 다행히, 한국예술문화예술위원회의 대국민 문화 사업 중 하나로 뽑혀 우리에게 작은 날개를 달아줬다. 그렇게, 본 행사는 한동리, 평대리, 플레이스 캠프가 속한 제주 동부에서는 퍼포먼스, 영화 야외상영회, 플리마켓, 레지던시가 열렸으며, 서부 지역에서는 ‘예술곶 산양’과 공동 주관으로 콘퍼런스, 전시, 체험, 네트워킹 행사가 개최됐다. <벨롱벨롱나우 2020>은 건축, 교육, 디자인, 미술, 음악, 정치 외교, 철학 분야 등, 사회, 문화 전반의 영역을 다루는 복합적 국제 협업 프로젝트이다.
글로벌 뉴 노멀’이라는 말처럼 팬더믹은 코로나부터 기후변화까지 이제 한 나라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 앞에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키 위해선 국제협력에서 나온 창의적인 해결책이 더 필요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벨롱벨롱나우>는
창의성을 강조한 교육,
달라진 환경을 기반한 예술,
환경과 더불어 살던 선조들의 지혜 섞인 전통,
예술의 생태계,
.... 이렇게 총 네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예술로 꿈꿔보기로 했다.
두 가지 <음과 양> 프로젝트는 김기대 작가와 함께했다. 제주에서 버려진 집을 고치는 작업을 하는 김기대 작가를 만나, 그 집에 살던 여성의 삶 속에서 어떤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 과정을, 리스본 미술 건축박물관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막시밀리아노 아로세를 화상 회의로 연결해, 제주의 전통과 남미 전통건축기법과 비교하며 (막시말리아노는 칠레 출신이다) 친환경적 재료로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으로 지을 수 상의했다. 그렇게 고쳐진 집으로 관객을 초대했다. 지금은 현대미술작가가 그 집에 머물며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전통에서는 늘 음과 양의 조화를 강조했듯, 벨롱벨롱나우도 양지만이 아닌 뿌리를 머문 습한 땅의 중요성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했다.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함이 아닌 진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전선영 작가의 작품은, 맨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작업을 아궁이 속, 처마 밑,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대신 앱을 통해 내시경 카메라에 비친 그 세계를 볼 수 있다.
김기대 작가가 마련한 평대리에서 김성우 작가는 제주 해녀 모녀를 인터뷰하고, 그 이야기를 시로 지었다. 철판에 새겨진 작업은 정육면체 조각이 되어 안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숨은 이야기를 메타포로 한 빛으로 어두운 공간에 투여하는 설치 작품은 폐가를 밝혔다.
김예니 작가는 제주 해녀들과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그들만의 끈질긴 삶을 성산초등학교 아이들과 워크숍을 하고 그 워크숍에서 따온 해산물의 모양을 따고, 테왁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림책을 만들었다. 제주어와 표준어가 양쪽에 쓰여 있는 그림책이다.
미술 작가 양쿠라와 이탈리아 건축가 마리아 글리오나와 함께 해양 쓰레기로 만든 움직이는 나무 작품을 선보였다. 서낭당처럼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작업은 개막식에 조아라의 퍼포먼스를 통해 지친 바다의 넋을 위로하는 굿으로 완성되었다.
박봉수는 제주의 설화와 꿈을 조사하여, 제주와 여러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온라인 워크숍을 진행하고, 전자음악가 하임(haihm)과의 협업을 통해 제주도 이야기와 설화를 엮은 영상 설치를 음악과 함께 장소에 설치, 꿈처럼 몽환적인 공간에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외에도 <발견 그리고 덧댐과 이음>을 멋지게 설명해 준 주혜림과 도연희, 중요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준 이나연 큐레이터, 코로나와 민주주의를 묶여 얘기해 준 고뎅 교수, 제주에서 작가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김기대 작가, 해양쓰레기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양쿠라 & 마리아 글리오나 이렇게 5 부문으로 이뤄진 <슬리퍼스 써밋 콘퍼런스>와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예술가들이 참여한 장터도 있었다.
이처럼 벨롱벨롱나우는 사람을 만나 완성했다. 기획 처음부터 밤을 새우며 일을 한 도연희 총괄, 조윤지 기획자의 열정과 최민영 감독님과 삼성 디자인 이경훈 소장님, 슬리퍼스 써밋 첫 꿈을 꿀 때 도와준 시내와 지윤의 로고, 현철의 든든함, 없음 큰 일어날 뻔 한 김기대 작가님, 양쿠라 작가님도 너무 고맙다. 예술곶 산양 식구들과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승택 이사장님을 만나 좀 더 풍부한 제주도 서쪽까지 진출한 <벨롱벨롱나우>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이경아 영상 감독과 "어벤저스"촬영 감독님들에 의해 생방송되었고, 그전에 작가들의 다양한 모습과 이후의 편집도 지금 차례대로 차곡차곡 올리는 중이다.
벨롱벨롱나우는 지금 (나우)도 벨롱벨롱하다.
그리고 내년에는 세계의 다른 도시에서 또 다른 슬리퍼스들과 만날 것이다.
김승민 큐레이터 (벨롱벨롱나우 총감독, 슬리퍼스써밋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