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희 Oct 24. 2021

화엄마로 남진 말자

<욱하는 마음 다스리기>

지난 2년간 유독 화가 많았다.

워킹맘으로 일한지 5년 째였지만 퇴사 전까지 나의 마음 속에서부터 화가 끓어올랐다.


그 영향은 당연히 가족에게도 미치게 되었다.

출근시간을 꼭 지켜야만하는 강박 때문이었는지

아침마다 아이 준비시키랴 내 출근 준비하랴

나는 눈코뜰 새없이 바쁘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는지


퇴사한지 1년이 채 되지않았지만 딸 아이는 지금도 회사가지말라고 한다. 이 말이 나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워킹맘들이 그러하지않을까?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딜레마는 육아와 직장일 병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없 듯이 이도저도 안되는 마음이 너무나 씁쓸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나도 고생 아이도 고생시키는 지'

라는 마음이 너무나도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배우자가 아무리 육아 참여도가 높다고 한들 주 양육자가 나 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의 책임 비중이 더 컸다.

그 때에는 정말 말도 안되게 화를 많이 냈던 때 인 듯하다. 시도 때도없이 화가 났다.


빨래가 쌓이는 것도 화가 낫고, 서랍이 닫혀져있지 않은 것에도 화가 났다.


어느 날, 신랑과 아이가 내 별명을 지어주었는데

화엄마란다. 이유를 물어보니 화를 많이내서 화엄마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주말엔 아무것도 하기 싫었지만 아이를 위해 나가야만 했다.


이렇게 반복적인 생활을 하다보니 유치원에 필요한 아이의 준비물 챙기기, 숙제챙기기는 뒷전이 되어버리고 집에오면 넉다운되기 일쑤였다.

그 덕에 우리 아이는 일찍 혼자 씻는 법을 익혔고,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을 하게됬으며, 유치원 가방다음 날 입을 옷을 혼자 준비하게되었다.


엄마를 위해 하나씩 하다보니 스스로 할 수있는 능력이 늘어난 것이다. 너무나도 일찍 엄마 손을 떠나게 된 아이는 나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모든 부모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되었다.


하지만 나는 한 켠으로는 짠한 마음이 컸다.

'얼마나 엄마가 못 챙겨줬으면 벌써 스스로 하게 됬을 까?' 라는 마음이 짐스럽게 자리잡았다.

지금도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엄마가 화를 안내서 좋다는 말을 많이한다. 그리고 가장 큰 소원은 엄마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어릴 적 내가 엄마에게 원하던 소원처럼.

나에게 화를 내는 엄마처럼 나도 똑같이 내 아이에게 욱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 것도 2년동안이나,

참아야지 하면서도 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버럭 소리 지르던 모습이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엄마와 똑 닮았다. 그 앞에서 무서워 벌벌떨던 그 모습을 아이에게서 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이럴려고 일을 시작한게 아니었는데.

너에게 상처를 주기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었는데.

 그 길로 나는 사직서를 내고 온전히 아이를 위해

살고 있다.


너를 임신했을 때, 출산하고 처음 안았을 때, 옹알이를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기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아직도 여전히 욱하는 마음은 남아있지만

화엄마로 남지 않기 위해 오늘도 마인드컨트롤 중이다.




이전 03화 둘째의 서러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