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플래너가 뭔가요?
영화과를 졸업한 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뭐랄까? 어디 한 군데 소속되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이랄까?
그렇게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20대를 보냈다.
무엇을 할까?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여러모로 성숙했던 나는 중학교 시절 평생의 인생계획을 세웠는데
그때 이미 20대 30대 40대는 그때 봐서 나에게 맞는 즐거운 일을 찾아서 경험도 얻고 돈도 벌자고
정해놓았다. 어떤 직업을 갖겠다 라기 보다는. 어떤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더더욱 아니고.
그렇게 평범한 직장 생활을 막연히 싫어하는 감정은 꽤 어릴 때부터였던 것 같다.
일찍 취직한 친구들의 회식 담 (아빠 뻘 아저씨들과 고깃집에서의)을 들을 때면
더욱 커다란 회사의 하나의 부품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영화 촬영이라는 전공을 살려서 영상업체를 차렸다.
말이 차린 거지 친구네 가족의 사무실에 책상 몇 개를 두고 거기서 영상업체라고 명함을 파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웨딩영상 쪽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접근이 쉬웠고 그때까지만 순서대로 스케치 하는 것 외에 자기 색이 있는 웨딩영상업체가 없기도 했다.
영상은 평면이 아니니까 목소리, 웃음소리, 그때의 감정들을 다 담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인터뷰를 강조한 웨딩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한번 해보자 했고 샘플 영상을 만들기 위해 대책 없이 어린이대공원을 갔다.
그때는 벚꽃이 흐드러진 4월이었다. 야외 결혼식을 하는 신랑 신부를 발견하고 다짜고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웨딩영상 업체인데요, 두 분 결혼식 영상을 찍어드려도 될까요?
돈은 안주셔도 되시고 대신 저희가 샘플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주시면 됩니다.’
흔쾌히 그 봄날의 벚꽃웨딩을 하는 커플은 촬영을 허락해주었고
그 영상을 샘플로 몇 군데 웨딩컨설팅과 계약을 한 후 웨딩영상 일을 시작했다.
그게 내가 웨딩플래너를 알게 된 시작이다.
처음 나에게 웨딩플래너는 ‘일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주문을 해주는 사람.
그 때 웨딩플래너들은 발주서에 이런저런 메모를 남기곤 했다.
[이번 신랑 신부님은 시간약속 등을 늦는 것을 싫어하시는 깐깐한 성격이니까 절대 지각 말아주세요!]
[신부님이 웃을 때가 훨씬 예쁜데 긴장하면 자꾸 인상을 쓰십니다. 촬영 중 에도 인상을 쓰지 않도록
자주 말씀해주세요!]
[결혼식 때 부모님 인터뷰를 꼭 잘 해달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꼭 좀 잘 부탁드려요]
이런 메모들 말이다. 아, 웨딩플래너는 참 좋은 직업이구나. 어떤 인연으로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이 신랑신부는 웨딩플래너를 만나서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결혼을 하게 되는구나...
이게 내가 웨딩플래너에 갖게 된 첫인상이었다.
웨딩플래너는 신랑 신부의 결혼준비를 돕는 직업이다.
웨딩플래너는 소속된 회사에 따라서 스드메에 집중하기도 하고 하우스웨딩등을 기획해서 디렉팅하는 것(이럴 경우 웨딩디렉터라고 특정해서 부른다.) 에 특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결혼준비 전반에 걸쳐 생생한 정보, 노련한 경험을 갖고 신랑 신부가 성공적인 결혼준비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되고 매니져가 되고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일이다.
‘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아~신부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네 하하... 네 뭐 그런 셈이네요. 근데 뭐 부터 물어봐야 할지도 혼란스러워서...’
‘그렇죠, 다들 결혼이 처음인걸요. 제가 여쭤보는 것들을 대답해주시면 됩니다. 결혼식 날짜는 잡히셨나요?
혹시 상견례는 하셨어요?’
‘날짜는 내년 5월 정도 생각하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요.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괜찮습니다. 저희가 웨딩, 허니문, 한복, 예물, 청첩장 등 웨딩관련해서 다양하고 정확하게 안내해 드릴 테니까 상담 한번 받아보시면 속이 다 후련해지실거에요. 걱정마시고 나오시고요, 우선 예식장부터 알아봐드릴께요’
대부분의 예비신랑 신부는 결혼준비 초반에 웨딩플래너를 만나게 된다.
웨딩홀을 검색하다가 웨딩드레스를 검색하거나 관련 내용으로 연결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나 블로그에 검색해서 나오는 전화로 전화를 걸어오거나, 요새는 카톡 채팅으로도 문의를 해온다.
누구나 첫 문의를 할 때 위 통화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어색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정말 결혼에 대해 1도 모르는 상대의 답답히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때 통화를 하며 이런저런 안내를 하는 동안 예비신부 당사자의 답답이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그때부터 웨딩플래너의 보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