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밤을 지새우고
검갈색 피로와 검붉은 피로가
귀를 맞대고 기대앉은 아침.
나는 시를 읽으면 너는 눈이 빨개진다.
존재자는 존재자를 올려다보며
손을 주욱 내민다.
깍지 껴진 열 손가락 사이로
수세기의 겨울바람이
줄이어 스쳐 지나간다.
Asparagus setaceus의 모종 하나가
손바닥 만한 토분 안에
몸을 숨기는 순간, 순간의 아침.
토분 밖은 노란 봄. 윤혜림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하늘의 구름과,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과, 당신의 살결을. 유난스럽지 않은 것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