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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기어코

by 윤혜림


애기 한 번은 배때기에 품어보고

부르짖는 고통 속에 낳아도 보고

평생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길러도 보아야 안다고 하대 인생을

글러먹을 교훈적 삶을

겪어보려면 그래야 한다더라고


송아지 같은 나는 모르겠네

서른 넘도록 당신과 마주 앉아

소주잔에 술이나 따르고 있어도

night traveler, night hunter

우린 무엇을 찾아 과연

후회나 흔적 되어 남을 절벽 향해


어제는 젊은 피 솟구쳐

강을 이루는 벌건 캠퍼스에서

두 눈 들러붙은 고양이 새끼 하나

주워 들어서 내 배에 넣었네

혀 끝으로 밀어내는 삐약 소리가

나의 서러운 사랑에게 들어와 안기고


미지근한 게 이게 이것이

내 어머니가 말하던 그 평생인가

너도 한번 살아보라 했던 더운 여름인가

뱃속 새끼 고양이가 자꾸만 발로 나를

꾹꾹 밀어낸다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너는 무엇을 찾으려고 무엇을 울으려고


이 세상에서 기어코

별 것 아닌 꿈 하나라도 풀어내보라던

한 송아지의 어미가 애달프게

열한 자리 숫자를 누르고

밤이 새어도 끊이지 않을 통화연결음은

누구의 울음소리와 겨루듯 설움을 더해가데



이 세상에서 기어코. 윤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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