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너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던 땀방울은
하늘로 올라가 새털구름이 되었고
오늘의 너는 얇은 긴팔 셔츠를 입었네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바람에도
나는 매일을 여기 네가 지나는 골목길에 피어있어
며칠 전부터 가볍지 않은 감기가 찾아왔고
어젯밤에는 두통을 이겨내느라
꿈속에서 너를 찾아가지도 못했어
어쩐지 계속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뻑뻑해지는 눈을 비비며 바쁘게 네 모습을 좇아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를 한 움큼 뜯어다가 품에 안고 가주라
물 담지 않은 빈 유리병에 넣고
볕이 잘 드는 네 방의 창가에 놓아줘
다가오는 겨우내 나를 바짝 말려줘
모든 잎송이가 거뭇해지고
옅은 바람에도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아지면
그때 네 손가락 마디마디 깊숙이 파고들도록
나를 쓰다듬어줬으면 좋겠어
지난 여름날의 내 기억들이 우수수 떨어질 수 있게
나는 너에게 이렇게나 사랑받고 싶고
이토록이나 사랑받고 싶어
그리고 마침내
네 손 안에서 나는 조각도 없이
바스러지고 싶어
외사랑. 윤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