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하건데, 취미의 세계에서 가장 돈 안 되는 일이 독서와 글쓰기인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부럽다. 부업으로 스마트 스토어를 열겠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하여 펀딩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하물며 책을 내고 관련 강연을 하며 파이프 라인을 늘려가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인 나는 사업도 싫고, 신경 써야 하는 모든 것들이 싫다.
좋아하는 일이 어떤 방식으로든 벌이와 연결될 수 있다는 건 꽤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돈벌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내 실력으론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워라밸이 보장된다고 알려진 곳에 취업했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고 일과 꿈을 동시에 추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며 몇 차례 시도해본 적은 있었지만 늘 중도에 포기해야 하는 도돌이표에 부딪혔다.
퇴사 전후 여러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마음가짐을 바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돈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물론 정확한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독서가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그러면서 시도했던 일이 독후감을 써서 문서 판매 사이트에 등록하기, 독후감 및 각종 수기 공모전에 참여하기, 브런치 작가 되기 등이었다. 그 중에서 독후감을 써서 문서 판매 사이트에 등록하는 일이 가장 재밌었다. 돈 안 되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돈 안 되는 일이 가장 재밌는 걸 보면 내 인생은 부자 되기는 글러먹은 것 같다.
하지만 내게도 작은 꿈이 있다. 독후감을 계속 쓰고 누적하다보면 언젠가는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독후감 판매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보기에는 어처구니 없고 우스울지 모르지만 왠지 독후감을 1,000편 등록하면 뭐라도 될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이 든다. 그래서 인생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여러 돈 되는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몇 달 동안 독후감을 쓰지 못하게 되면 마음이 초조해졌다.
나는 독후감을 쓰고 싶다. 너무 너무 쓰고 싶다. 원래 돈 안 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법이다.
"독서가 직업이 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이따금 '독서가 직업'이라는 키워드로 방문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한 때는 '책 속의 한줄'이라는 어플을 만든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꿈꾼 적도 있었다. 요즘 SNS에 유행하는 책 홍보 업체를 눈여겨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업무들이 광고대행사에 맡겨진다는 걸 알게 된 후 포기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우리 회사 광고를 담당하던 대행사가 해당 업체도 담당하고 있었다.
독서가 직업이 되는 것에 관심이 많기에 다른 분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마주친 적도 있다. 매달 몇 권의 책을 읽고 요약본을 배포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분의 블로그를 우연히 보게 됐다. 책은 읽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듯했다. 나 역시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독후감을 쓸 때 비슷한 맥락에서 요구되는 자료가 아닐까란 생각으로 글을 썼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을 해봐야겠단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우선 이렇게 되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자유를 빼앗기게 된다. 게다가 독자의 니즈를 의식하면서 수백 페이지의 책을 십여 페이지로 요약하는 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러나 독서가 직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는 이 일이 맞는 분이 또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독서가 직업이 되는 것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선입견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나는 계속해서 독서가 직업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그것도 돈이 되지 않는 지금 시점에 가장 열심히 시도해볼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돈 안 되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으니까.
나는 꿈꾼다.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날을… 이 아니라, 세계 최초로 독서를 직업으로 만드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자고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꿈이 아니라 목표라고 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소망하는 것, 그것이 꿈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을 전제로 꿈을 꾸지는 않는다. 시간의 문제일 뿐 나는 내 꿈을 이루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퇴사까지 한 마당에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는가. 나는 퇴사하는 순간부터 이미 내 인생을 내 멋대로 살기로 결심했다. 우울증 치료과정을 겪어보니 뭔가 해내겠다고, 빨리 나아보겠다고 조급증을 가지는 건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