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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아들 육아

큰 목소리와 나가자 병

by 별밤

아들이 모두 목소리가 큰 건 아니겠지만,

우선 내 아들의 목소리는 크다.


휴일 오전,

아빠와 누나들은 집에 없다.

그래 셋에서 하나만 보는 거니 좀 수월하게………..ㅆ


- 배고파 배고파 밥 줘 맨밥 미역국 계란찜 생선 구워줘 스프스프 스프라도 줘


어서 몸을 일으키라며 귀에 대고 다다다다


(21년생 아들의 시선- 귀를 막으면 서운해한다)



몸을 일으킨다고 끝이 나는 건 아니다


- 음마, 스프 내가 열래 엄마는 물 끄려!

근데 내 눈은 이러케 작은데 어떠케 우리 집이 다 보여?

스프는 물이 닿으면 왜 섞여?

왜왜왜왜왜?


순식간에 귀가 너덜너덜해지지만 다행히 뭔가를 먹을 땐 잠시 적막 -


하지만 잠시 뿐이다. 곧바로 배가 차면 다음 단계 아들의 목표는 나가는 것!


- 음마 곤충 잡으러 나가자 얼른얼른 이러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옷을 입혀 나간다


- 음마 배고파 빵 사죠 초코빵 먹쨔!


그 사이에 배가 비었구나. 15분도 안 된 듯한데?


다행히 누나들이 와서 누나들까지 데리고 빵집 입성 10분 만에 초토화시키고

가져온 놀잇감들로 10분을 더 버텨준다.


내가 아이들을 챙긴 후 라테를 흡입할 수 있는 유일한 10분.



카페라테로 너덜 해진 정신을 다시 챙기고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낙엽이 가득한 낭만의 계절,


세 아이들의 노는 소리를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이때 하는 생각이 보통은 글이 된다.


내향인은 밖에서도 정신이 안을 향한다. 그래서 내‘향’인 것이겠지.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내 시간을 뺏길까

에너지를 너무 뺏길까

염려도 하지만

혼자 있는 동안은 그렇게 가을을 즐긴다.


집에서 혼자 라테를 마시며 우아하게 휴일을 맞이하고 싶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아들 육아가 체질에 맞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들이 있어

엄마가 전부인 아이를 보며

나를 놓지 않고 지낼 수 있다.



사진 찍을 때마다 이상한 표정인 아들,


오늘도 너와의 하루가 평온하지는 않지만 다채로운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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